글을 마치며…

by 오지

직접 여행을 해보니,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알고있던 세계여행자란 유명 매체를 통해 한 번 쯤 봤던 사람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다. 요즘에야 여행유튜버들이 많아지고 여행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지만, 내가 여행하던 2018~2019년 사이에는 이 정도로 열풍이 일지는 않았다. 꼭 유명하거나 sns 팔로워가 몇 만 이상이거나, 책을 한 권 쓰거나, 아니면 돈이 너무 많아 여행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여행중이었다. 사실 여행 전에 오만함이 있었다. 나는 이 세계일주를 떠난다는 것부터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직접 여행 해보니 나처럼 대단한 사람들이 깔리고 깔려 있었다. 여행하며 만난 모든 이들이 존경스러웠다. 여행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걸 알기에. 항상 좋은 일만 있지 않다는 걸 알기에.


앞으로 장기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분들에게 다음 글을 받히고 싶다.


나는 세계일주를 목표로 잡고 2년동안 회사생활을 하며 돈을 모았다. 하지만 바라던 순간이 다가오자 너무 두려웠다. 샤워하면서 멍때리고, 길 걸으면서도 멍때리고, 밥을 먹으면서도 멍을 때렸다. 그 순간에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건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괜한 일을 저지르려는건 아닐까?”

“장기 하나 팔리고, 실종되서 아무로 모르게 살해되는거 아니야?”


출발하는 날에는 더욱 더 믿겨지지가 않았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순간에는 그냥 옆나라 일본가는 것 같았다. 근데 딱 엄마랑 헤어질 때가 되서야 실감이 났다. 이제 정말 혼자서 해야했다. 아무의 도움도 없이 나 혼자 스스로 모든 것을 해야했다.


‘나 진짜 떠나는구나'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 스스로 보기에 그 모습이 좀 아리송했다. 나는 굉장히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 이전에도 많은 일을 스스로 혼자 했기 때문에 이것 또한 마찬가지로 그저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당연히 잘 할 줄 알았고, 당연히 겁도 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엄청난 불안감과 동시에 막연함이 엄습해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북받쳐 올라왔다. 익숙한 곳을 떠나 미지의 세상으로 간다는 게, 스스로 죄를 고백하고 끌려가는 도살장같이 느껴졌다. 그때 장기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단톡방에 물었다.


“저 오늘 세계일주 첫 시작 날이예요. 잘 할 수 있을까요?”


돌아온 답변은


“잘하는 여행은 뭐죠? 여행에 잘 하는건 없어요.”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은 무슨 말인지 안다. 우리는 어릴때부터 항상 잘하고 못하고를 나누며 살아왔다. 누가 뭘 더 잘하고, 누가 뭘 더 못하고. 숫자로 우리 인생과 가치를 판단받아왔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어떤 부분에 점수를 더 주고, 덜 줄 수 없다. 모두의 여행이 그냥 그 자체로 아름다우니깐.


성과를 내거나 멋진 곳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고 좋은 여행이 아니라, 하물며 나처럼 거지한테 침맞고, 퍽치기 당하고, 인종차별 당하고, 중요한 소지품들이 다 털렸음에도 ‘나는 좋은 여행을 했다’라고 말 할 수 있다.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는지는 여러분이 긴 여행을 끝마치면 깨달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행이 인생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고, 길을 잃어도 그 안에서 꽃을 봤다면 나에게 하나의 소중한 추억과 기억으로 남았다. 인생도 그렇게 보면 되지 않을까? 꼭 부자가 되야하고, 명성을 얻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삶만이 옳은 인생일까? 사실 그런 여행 이야기보다 사건사고가 매일같이 있는 사람들의 여행이 더 재밌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하고 기쁜 일만 있는 이야기는 인기가 없다. 김영하 작가님의 말을 빌려보자면 사실 우리는 알거든. 인생에 좋은 일만 있다는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 여행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소중해보일지 모르지만,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는 모두가 일상을 여행처럼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지도 모른다.


여행을 앞두고 있으신 분들. 여러분은 정말 좋은 기회를 앞두고 계세요. 상상도 못한 세상이 여러분을 맞아줄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사랑스런 여러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장담합니다. 혹시나 여행 후에 또 절 찾아오시게 된다면 이야기 들려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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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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