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하는 나와의 대립.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생각해 보면 우울증이 심해지던 시기에 가장 큰 현상이 '자책'이었다. 내가 원래 이렇게 자책을 많이 하던 사람인가?라고 생각해 보면, 사실 그 이전이 잘 생각나지는 않는다. 근데 왜? 왜 이렇게 자책을 심하게 하게 된 걸까. 거의 중독이었다. 자책이 잘 못 된 건지도 모르고, 일이 잘 안 풀리면 나의 잘못을 먼저 찾았다. 마약을 하는 것처럼. 술을 찾는 것처럼.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성장을 위해서는 남 탓 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성장을 위해 남 탓이 아닌 내 탓을 선택했다. '자기 탓을 하는 사람이 성장이 빠르다.'라는 말을 어디서 주워 들었던 것 같다. 맞다. 문제의 근원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기도 하니깐 그 문제가 나에게 왔다면 이미 내 마음에 그 문제가 있었던 것. 근데 나는 초점을 잘 못 짚었다. 문제의 '모든' 근원을 나에게 돌린 것이다. 그제서야 현자들이 '내 탓을 해라'라고 말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정말 내 탓만 하라는 게 아니라, 나에게도 원인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상대 탓만 하는 건 잘 못 이라는거다.
문제의 원인은 나에게 있다. 하지만 '모든' 원인이 나에게 있는 건 아니다. 마음공부, 철학, 심리 여러가지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건, 그 문제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문제에는 문제를 일으킨 사람만 있지 않다. 나는 이 점을 간과했다. 문제라는 건 모두의 책임이다. '나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이다. 행여나 그 문제의 피해자의 책임 또한 있다. 가해자, 피해자. 사실 이렇게 나누는 건 의미가 없다. 가해자가 언젠가는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니깐.
이렇게 넓게 보는 습관은 자책하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낸다. '내가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내가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내가 못나서 그래.'라는 말이 사실이 아닌 이유다. 고민과 걱정에 너무 깊게 빠져있을 때,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은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그저 '걱정하지 말아야지.'라고 되내이고 위로하는 것보다, 상황을 그대로 마주하고 분석하고 '그럴 필요가 없음'을 인지시켜주면 바로 걱정이 멈추는 경험을 몇 번 했다. 나는 실용주의인가 보다. 할 필요가 없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니라고 이해를 시켜주면 곧 잘 그만둔다. 참 단순하기도 한 게 귀엽다.
이렇게 자책 중독에서 고통스럽게 살다 보니 차라리 남 탓 하고, 이기적인 게 오히려 더 나아보이기도 한다. 스스로를 배반하고,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나에게 등을 돌린 것 같이 느껴진다. 정말이지 지옥이다. 지옥. 누가 뭐래도 내가 내 편을 해줬어야 하는데 너무나도 미안하다.
마음을 다잡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자책하는 습관이 많이 나온다. 그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커져 눈덩이처럼 불어난 생각이 보인다. 지난 n년간 많은 자책으로 살았으니 내 편이 아닌 나보다 내 편인 나에게 힘을 실어주고 우세를 강화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걸 안다. 하지만 어쨌든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면 결국 그에게 익숙해질 것을 알기에 계속할 것이다. 내 편인 나의 손을 들어주는 일을.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내 편이 아닌 나를 없애버리려 하고, 싫어하면 그 친구는 무의식 속에서 더욱더 커질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덮어버리고 없애려고 하는 건 금물. 그저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된다. 그냥 무심하게 지켜보는 것. 그것을 흔히 부르는 말로 표현하자면 '관찰'이다. 그저 관찰하고 '그렇구나~'하고 넘겨가 주는 것이 좋다.
내가 무슨 도의 경지에 오른 도사도 아니고, 이 글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그저 나의 경험과 그에 따른 깨달음, 그리고 많은 매체에서 얻은 지식들이 모여 탄생한 글이니 너무 믿지는 않으면 좋겠다. 그저 나의 한 가지 방법일 뿐. 하지만 이 말은 절대적으로 주장하고 싶다.
당신은 꼭 당신 편이어야 한다.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세상이 부르는 나쁜 생각이란 것을 하더라도, 당신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그런 행동을 계속해서 하라는 건 아니다. 그 이유와 내면을 계속해서 들여다보면 정말 연약하고 순수한 당신이 있을 것이고, 그 아이를 발견하기만 해 주어도 위로가 될 것이다.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는 말이 맞을지 틀릴지는 모르지만 당신은 꼭 당신을 믿어야 한다. 꼭! 못하겠으면 닥치고 댓글을 써라. 내가 당신 편 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