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선택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무엇이 좋은 선택일지 찾고 또 찾았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알아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나에게 제일 좋은 선택을 하고 싶었다.
이 슬럼프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다. 좋다고 생각되는, 베스트라고 생각되는 방향을 선택했을 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실망하는 일들이 생겼다. 반대로 별로라고 생각했던 일을 선택했더니 생각보다 좋거나, 생각지도 못한 좋은 결과를 얻은 적도 있었다. 그 계기로 내 선택에 대한 확신도 점점 줄어들었고, 내가 알고 있다는 전제가 모조리 무너지고 말았다. 선택에 모르겠다를 던지면 던질 수록, 경우의 수를 찾고 또 찾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찾으면 찾으려 할 수록 머리는 더 복잡해지고 해답은 더욱 더 멀어져갔다.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에 지쳤을 때서야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보였던 것 같다. 모르겠다. 아 몰라몰라. 이렇게 열린결말로 던져버리니 선택이 나에게 찾아왔다. 그동안은 인간으로서 답을 찾겠다는 오만함이 가득이었다. 나는 그저 한 낱 인간일 뿐이었음에도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모든 경우의 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찾기를 놓아버리고 포기했더니 선택이 쉬워졌을 뿐만 아니라, 선택을 해서 후회하는 일이 적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선택한다. 의식되는 필요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쪽으로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난다는 것이다. 피상적으로 떠오르는 이유가 아닌, 정말 나에게 필요하고 해결해야할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있다. 사슴이 목이 말라 물가로 가는 것. 그 뿐이다.
무슨 선택을 하건 그 선택은 필요에 의해 당신에게 왔다. 당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선택은 이루어진다. 그러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하자. 대충하는 선택이든 신중을 가해서 하는 선택이든 당신에게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