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기 전 나는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맥락상 아시다시피 아니더군요
그걸 어떻게 아냐고요 다 압니다
지금 현재 군대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저때 그리고 저의 중대
내무반은 각각 체스터를 사용하였습니다
철로 된 네모난 박스에 옷도 걸 수 있고 서랍장도 있고
수납장도 있습니다
군생활 동안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저의 사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입니다
그렇다고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알 겁니다
모든 게 거의 오픈되어있어거든요 거의 그렇다고 봐도 됩니다
고참이나, 말년병장 체스터 아니면 니꺼, 내꺼 우리의 모두 꺼라
생각해도 됩니다
굳이 내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요
가끔씩 점검할 때가 있습니다 정리정돈이라던지 군대에 없어야
할 것이 있으면 안 되다던지 같은 걸 확인합니다
그럴 때면 각각 체스터의 정리정돈 상태를 평가받게 되지요
정리정돈이라는 것은 무언가 깔끔이 한다는 것은
마음먹는 다고 되는 일 같지만 이것도 무척이나 훈련이
필요한 일입니다
옷을 정리하는 법을 똑같이 해도 물건나두는 위치를 똑같이 해도
미묘하게 또는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누구는 삐뚤빼뚤 누구는 삐직삐직 누구는 반듯반듯
누구는 빳빳빳빳 누구는 이리저리 누구는 어수선한
똑같은 수납장에 똑같이 설명들은 정리 매뉴얼
하지만 천차만별입니다
똑같지만 똑같지 않습니다
만은 혼남 받은 저로서는 이것에 대해 정확히는 ‘정리’에
대해 고민하였더랬죠
사람의 마음의 문제일까
평소 어수선한 성격을 가진 것이 문제라면 어수선한 성격을 고쳐야 하나
생각했지만 성격을 고치면 그것은 나의 성격이 아니고 전혀 다른 나의
성격이면 그것은 내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뭔~ ㄱ소리야)
정리 방법에 문제일까
정리 방법 매뉴얼도 들었고 하는 모습도 보았고 매뉴얼을 어길 만큼
깊은 뜻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하나 정리하면 깔끔한데
각자 모여 정리된 모습을 보면 깔끔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무언가가 정확하지 않은 듯했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이 이걸 두고 하는 말일까요
저에게 부재되고 있는 디테일은 무엇일까요?
평소 습관에 문제일까
깨끗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정도의
더러운 습관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저 그런 남들이 하는 정도의 지저분한 정도일 겁니다
주관적인 거라 꼭 집어 말할 수 없지만 평소 더럽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군대 문화 때문일까
오와 열, 각이 생명이라는 군대문화의 정리 커트라인의 문제일까요
저는 전혀 나쁘지 않고 군대밖에 세상에서의 저의 정리는
퍼펙트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엄청난 문화 속에서도 정리를 잘한다는 소리 릴 듣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그 사람의 정리를 볼 때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매번 매 순간 흐트러짐 없는 그 정리란 절 더욱더 더러운 사람으로 만듭니다
비교될 상대가 있어 지저분하지 않지만 지저분해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지저분하지만 안 지저분하게 되는 것일까요.
그렇게 한날 제스터 정리를 하며 지저분함과의 싸움 도중
저의 뒤에서 맞선임이 저를 물끄러미 보는 겁니다
이선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정리정돈 못합니다
그런 선임이 욕을 하며 저의 정리정돈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참견합니다 그럴 때면 저는 맞선 임의 체스터를 쳐다봅니다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대놓고 쳐다봅니다
그러면 또 욕하십니다
그렇게 물끄러미 쳐다보다 선임은 쓰레기 통을
가져와 저의 체스터에 있던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마구잡이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생활에 전혀 필요 한 물건들은 아녔습니다
아마 언젠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이였죠
비아냥되면서 마구잡이로 버리기 시작했어요
다시 선임의 체스터를 보았어요 선임의 체스터는
정리가 안되어 있을 뿐 물건들이 간소해 보였습니다
왜 전에는 지저분한 모습만 보였을까요
그렇게 선임은 자신에게 애매모호한 것들 빼고는 다 휴지통에
집어넣었어요 애매모호한 것들은 그나마 이유를 물어 보더군요
그리곤 자신의 기준에서 얼토당토 하지 않으면 버렸구요
그렇게 타인에 의해서 미련이 되어버린 무언가를 끊어버린 샘입니다
근데 확실히 깨끗해지기는 하더군요 그리고 정리할 공간이 생기니
더 편히 정리하게 되구요
강제 무차별 미니멀 라이프가 된 샘이었죠
군대 전역 후 민간인 또는 사회인이 됐을 때 정리가 안되면
웃긴 건 뭘 버리는 생각부터 한다는 겁니다
맞는 방법일까 싶지만 버리고 나면 한결 가벼워지고 공간이 생기니깐요
버리는 것에 집착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병적으로 그런 적도 더러 있고요
그런데 이러 방법을 사람과의 관계에도 사용하려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안되는데 말이죠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좀 더 진득한 무언가가 필요한데 말이죠
어제 봤던 사람이 내일 보면 틀리고 10년 알고 지내던 사람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때도
있는데 말이죠
물건이 아닌 것의 정리법은 무엇이 있을 까요?
사람의 감정의 정리 방법은 무엇이 있을 까요?
철학책을 많이 읽어야 할까요, 인문한 책을 많이 읽어야 할까요, 종교의 힘을 빌려야 할까요
정리정돈 방법 부재에 유일한 방법은 버리는 것뿐일까요?
버린다고 버려지기는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