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때 어머니가 조그마한 식당을 시작하면서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도로 옆 식당이었는데 일자로 뻗은 보도블록 옆으로 여러 가게들이 있었어요.
짜장면집, 자물쇠 집, 미장원, 슈퍼마켓, 그리고 여러 음식점, 상점들 다들 소박 소박 한 크기의 가게들이었어요.
동네에는 나보다 한 두 살 많거나 한 두 살 적은 아이들도 살고 있었어요
어머니는 내가 이아이들과 친해지길 바라며 7살 생일날
누구도 부럽지 않은 생일상을 차려 동네 아이들을 초대해 생일잔치를 했어요
생일날 동네에 이사 오자마자 알게 된 아이들도 왔었어요
지금은 얼굴도 이름도 생각이 안 나지만 그때의 느낌 감정은 어련 풋이 생각이 나네요
첫날 이사오던 날 저는 우리 집 가계 문 앞에 서 있었어요
어느 아이가 옆에서 달려오는 게 느껴졌어요
나는 고개를 돌려 달려오는 아이를 쳐다봤어요
달려오던 여자 아이는 나에게 와 멈춰 서고는 나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봤어요
나는 말은 하지 않고 7살이라고 손가락을 펴서 알려주었던 것 같아요
그 여자아이는 웃으며 나랑 같다 라는 말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했어요
나는 얼른 식당 안 냉장고 문을 열어
델몬트 유리병에 담겨있는 차가운 보리차 물을
유리컵에 따라 들고 나 같아요
가계 문을 열고 나 같을 땐 아이들 몇 명이 더 자신에게도 물을 달라며 말했어요
나는 다시 가계 안으로 들어가 유리병 통째로 들고나와 한 아이가 물을 다 마시면
다시 컵에 따라 주고 또다 마시면 따라 주고 하였어요 우리는 물 한잔에 어느새 친구가 되어 동네를 뛰어다녔어요
그중 짜장면집 그 아이는 정말이지 정말이지 좋아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나 스스로도 아직 그 감정이 느껴질 정도로 말입니다
부모님은 가끔씩 어릴 적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때면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도 하십니다.
부모님은 기억하고 나는 기억나지 않는 일을 국민학교 입학식 날 그 아이의 옆자리에 앉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어머니는 가끔씩 하십니다
부모님은 기억 못 하고 나는 기억나는 그 아이의 기억은
둘이 걸었던 기억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반찬 뚝!? 반천 뚝!? 이런 식으로 불리는 뚝이 있었어요 중앙에 커다란 물줄기가 흐르고 양쪽에 흙으로 된 뚝이 있던 곧이였죠 지금은 복개도로를 바뀌어
그 모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요 시멘트가 덮이기 전 흙으로 된 뚝이 였을때
내 기억이 맞다면 뚝 위 중간중간에 버들나무가 있고 그 아래에는 투박하게 만든
평상들이 있었어요 뚝길 위 옆에는 강아지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여름날 뚝 위를 걸을 때면 진한 풀향기에 여름방학 같은 냄새가 풍겼어요
진한 매미소리 몽근 몽 근한 바람 풋풋한 풀냄새 이런 느낌의 계절이었어요
그와이와 저는 이른 아침 어떻게 걷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날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났더니 내가 살아져 식겁한 날로 기억하십니다
어머니도 가끔 왜 그 아이와 이른 아침에 거기까지 어떻게 같냐며 추궁 같은 질문을 하지만
나조차도 어떤 일로 그 아이와 이른 아침에 같이 걷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서
그져 웃고는 넘어갑니다 어떡해 같이 걷게 되었는지 는 모르겠지만 어련 풋이 같이
걸었을 때의 그 모습은 가끔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그 아이는 긴 생머리를 했었고
하얀색 바탕에 딸기가 촘촘히 그려진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어요
그날 나는 무언가 취해있었어요 그 아이에게서 나는 냄새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여름방학 같은 냄새를 풍기는 이른 아침의 공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그 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 그 아이 눈곱 이야기를 했어요
눈곱을 때서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살살 굴리며 말했어요 이렇게 눈곱을 손가락으로
돌돌돌 돌리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실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지만 그 순간 그 시간 속에서의 그 아이의 말은 진실였어요 그 아이의 말을 따라 눈곱을 때어 손가락으로 굴리며 소원을 빌었어요 무엇을 빌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시간 속에 나의 소원은 입안에 머금고 있는 알사탕 같은 거라 짐작이 갑니다
생각날 때마다 마음속 어딘가 달달함이 퍼지니깐요
아침에 일어나 가끔 그 순간 그 속으로 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눈곱을 때어 소원을 빌어요 로또가 되게 해달라고
군대를 전역하고 몇 년 후 진짜 오랜만에 어머니가 그 아이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 아이 어머니가 잠시 놀러 왔고 그 아이는 결혼을 했다고
어머니는 막장드라마 명장면을 기대하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제 표정을 확인하고 있다는 걸 느꼈죠
저는 최선을 다해 아무런 표정을 안 지으려 노력했어요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 되었을 때 생크림을 크게 입안 가득 머금었는데 생크림이 차츰 살아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 아이가 행복했으면 하네요
내 추억의 한아이가 잘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