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최애에 대한
이번 추석 장장 10일의 황금연휴 중 가장 강렬했던 순간은 KBS 광복 80주년 기념 조용필 콘서트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시골 단독주택인 친정집에서 콘서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사운드 볼륨으로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라이브를 감상한 순간이다.
조용필의 아주 오래된 많은 곡들이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다. 특히 조용필 작곡인 곡들은 내 취향을 저격하는 곡들이 많았다. 조용필의 오랜 팬인 아빠의 안목에 엄지 척-하며 함께 콘서트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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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조용필의 오랜 팬이다.
365일 쉼 없는 목장을 운영하시던 시절, 조용필이 고향의 지역민들을 위한 야외 무료 콘서트를 연다고 했을 때 엄마에게 저녁 목장일을 전부 맡기고 아니 내팽개치고 홀로 조용필 콘서트로 내달려 가셨을 만큼 (우리 아빠는 평소 무척 자상하고 좋으신 분이다.) 아빠는 오랜 시간 조용필의 열렬한 팬으로 살아오셨다.
나는 그런 아빠가 좋았다. 음악을 열렬히 좋아하는 아빠가 멋졌다.
구멍가게 하나 없는 시골 동네, 매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고된 노동을 하셨지만 이어폰을 꽂고 음악과 라디오를 들으며 그 시간을 견디셨다. 가끔 나와 오빠에게 하모니카나 트럼펫 연주를 들려주시기도 했다.
나는 그런 아빠가 멋지고 꽤나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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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내가 제대로 효도했구나 느꼈던 순간에도 조용필이 있었다.
작년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 단독 콘서트 때 VIP 좌석을 예매해 아빠 엄마를 모셔다 드렸었다. 콘서트에 입장하시는 모습까지 지켜본 후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다 공연 후 아빠 엄마를 모시고 돌아왔다. 복잡한 콘서트장에 두 분만 가시라고 할 순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근처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했는데, 아빠는 내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씀하시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공연 내내 황홀한 기분이었다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누구보다 그 벅찬 마음을 잘 알기에 나도 덩달아 울컥했다. 제대로 효도한 기분이었다. 그 뿌듯함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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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용필이 형이 있다면 내게는 델리스파이스가 있다.
나의 첫 번째 뮤지션은 델리스파이스다. 음악을 사랑하는 아빠를 보고 자라서였을까? 난 15살 때부터 델리의 찐 팬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뮤지션의 라이브 공연이 주는 감동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더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아빠는 정말 진심으로 행복하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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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빠는 유머러스하고 자상했지만 항상 고된 노동에 지쳐 집에 들어오시면 소파에 앉아 졸거나 누워 계시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도 나와 아빠 사이에는 음악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음악이 지금까지 아빠와 나를 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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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고마운, 소중한 음악이다.
아빠의 용필이 형이 오래오래 무대에 서면 좋겠다. 그러면 아빠도 나도 참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