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난 지, 내가 둘째를 낳은 지 5년 되었다.
오늘은 둘째 아이의 생일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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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늦게 잠들었다.
아이들 생일을 앞두고는 한 보름 전부터 마음이 들뜬다.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행복하고 충만한 하루를 만들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걱정하고 설렌다. 세상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다해 축하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랄까.
시간은 금방 지나고 D-DAY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 내일의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정을 머릿속으로 시물레이션 하며 이 정도면 됐다! 안심한다.
그래도 전날 밤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 생일 파티 가랜드와 풍선 꾸미기는 금방 끝날 일인데 후다닥 해치우지 못하고 미적미적 붕 뜬 마음으로 가랜드를 하나씩 끼우다가 또 잠든 아이들 잠옷 입혀주러 방에 들어가 둘째 얼굴 한 번 매만지다가 그렇게 자정을 넘긴다. 자정을 넘긴 걸 확인하고는 아이 볼에 살짝 뽀뽀하며 작은 목소리로 "우리 아들 생일 축하해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해" 속삭여준다. 그렇게 가장 먼저 축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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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은 무뎌진 지 오래다. 솔직히 남편 생일도 그리 남다른 마음가짐은 아니다. 내가 품고 내 배 아파 낳은 내 자식들의 생일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생일은 나의 출산일이기도 하다.
둘째가 태어난 지 꽉 채운 5년이 되었다. 5년이 지나도 출산의 순간은 생생하다. 출산을 떠올리면 아찔했던 기억이 크다. 35주 4일째 아이는 2.19k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났고 열흘 간 인큐베이터에 있었다. 미숙아 검사를 모두 잘 마치고 무사히 50일, 100일이 지났을 때 비로소 안도했다. 그렇게 1년을 채웠을 때도 2년을 넘겼을 때도 건강하게 자라 주는 아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했다.
여섯 살이 된 아이는 제법 '어린이'스러워졌다. 둘째라 그런가 내게는 여전히 아기처럼 보이지만 남들에게는 꽤 의젓한 여섯 살이란 칭찬을 듣기도 한다. 아이가 아직 글을 읽진 못하지만 올해부터는 둘째에게도 생일 카드를 써주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 온 마음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쓴 짧은 편지다. (부디 엄마의 편지를 잘 간직해 훗날 질풍노도의 시기에 들춰보길 바라는 흑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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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침에 눈을 비비고 나와 알록달록 가랜드와 꽃 모양 풍선을 보며 씨익- 웃었다. "풍선이 예쁘네-"
그렇다. 이제 우와~~!! 같은 리액션을 기대하긴 어려운 여섯 살 형님이다. 이 정도 리액션이면 되었다. 양치하고 나온 아이에게 1시간 동안 정성껏 끓인 미역국을 내밀었다. 엄마의 카드도 전해주었다. 카드는 8살 형이 대신 읽어주었다. 듣는 둥 마는 둥 해도 아이 얼굴의 비친 옅은 미소면 충분하다.
꼭 끌어안아 준 뒤 웃으며 인사하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여전히 마음이 붕 뜬다. 뭉클하기도 하고 막연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건 분명 감사한 마음이다. 아이를 키우며 힘들었던 순간은 결국 잊힌다. 그리고 지금, 오늘, 여기, 아이가 건강한 몸과 행복한 마음으로 내 곁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에 마음껏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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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 5년이 되었다.
그동안의 부족함은 잊고 함께 웃던 시간들을 고마워하며 앞으로의 시간들을 후회 없이 충만하게 보내고 싶다. 그렇게 조금씩 아이도 엄마도 행복하게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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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는 본격적인 생일 파티를 할텐데, 아이가 더 많이 실컷 웃고 행복한 생일날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참 좋겠다.
2022. 6. 8. 엄마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