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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비아네스캠프 Feb 16. 2023

11. 말레이시아 근교 도시 여행 <말라카> 편

낭만적인 리버 크루즈와 강렬한 두리안 첸돌




쿠알라룸푸르에서 북쪽 2시간 거리에 이포(IPOH)가 있다면, 남쪽 2시간 거리엔 말라카(혹은 믈라카, MELAKA)가 있다. 말레이시아 남부 해협 항구도시이자 동서무역 요충지로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에 오랜 기간 문화경제적 영향을 받아 현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곳이다. 이포 당일 여행을 잘 해냈으니 이번엔 말라카 도전-


KL 센트럴 버스터미널(TBS)


말라카행은 가장 보편적인 이동수단인 버스를 택했다.(요금도 3인 가족 왕복 23,000원 수준) 이번엔 조금 미리 움직여서 KT 센트럴(TBS)에 도착, 던킨 커피&도넛으로 여유를 부렸다. 대합실도 깔끔했고, 버스도 크고 넓어서 뒤로 충분히 젖혀서 푹 쉬면서 갔다. 두 시간이 채 못되어 말라카 도시 푯말이 보였고 제시간에 정확히 도착했다.


말라카 17번 시내버스


투어의 시작점 네덜란드 광장

터미널에서 네덜란드 광장 ‘Red Church‘까지는 다시 시내버스 17번을 타고 20분가량 가야 한다. 정류장 데스크에 물어보면 번호와 승강장, 출발시간을 알려주니 염려는 없다.


네덜란드 광장에 도착해서 신난 아들


더없이 화창한 날씨, Red church 앞에 도착하자 전혀 색다른 분위기와 넘치는 관광객으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다. 하지만 아들은 벌써 덥다며 난리다. 점심시간도 되었으니 얼른 구글맵을 돌려 존커 스트리트 초입 강변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안착했다.



바로 아래 말라카 강변이 내다보이는 멋진 테이블이 즐비한 레스토랑에서 기분 좋은 식사. 점원은 아들에게 “my friend!”라며 내내 장난도 치고 살갑게 대해 줘서 더 기분이 좋았다.


존커 스트리트 초입 모습
예쁜 일러스트 티셔츠를 파는 오랑우탄 하우스


존커 스트리트는 맛집, 카페, 기념품샵이 많아서 가게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길거리 음식도 사 먹고, 덥다 보채는 아들에게 시원한 무늬 옷도 사서 갈아입혔다. 한 벌에 29링깃, 만원도 채 안 하는 가격이다. (이 옷은 두 번 입고 결국 옆구리가 찢어졌지만 오히려 말레이시아 패션으로 영원히 남았다)


‘진짜’ 컵라면 만들기 체험


손선풍기와 물이 필요한 날씨, 걸어 다니기 힘들 아들을 위해 마미(MAMEE) 라면 만들기 체험을 하러 갔다. 15링깃을 내면 밑그림이 그려진 컵라면 케이스를 주고, 컬러를 칠해서 아이가 직접 고른 맛과 재료로 실제 컵라면을 예쁜 박스에 담아주는 체험이다.


컵라면 박스 목걸이가 필요 이상으로 귀엽다


국내 키자니아 오뚜기 체험관에서도 비슷한 컵라면 제작 공정을 배우고 만들기 체험을 하지만 마지막 순간 뒤에서 슬쩍 기성품을 벤딩머신에 넣어둔다. 하지만 여긴 진짜 건더기 스프를 골라 넣고 뚜껑을 압착하고 비닐을 씌운다. 게다가 캐릭터 박스까지 담아주다니- 아들은 캐릭터 박스를 내내 목에 걸고 다녔다.


말라카 먹거리 체험 ‘첸돌(Cendol)’

말라카 no.1 첸돌 캄풍 훌루


말레이시아 전통 빙수 첸돌은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말라카에 유명한 가게가 있어 찾아갔다. 역시나 강을 낀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갖가지 빙수를 팔고 있다. 로컬 베스트 메뉴(12링깃)에 궁금했던 두리안(6링깃) 토핑을 추가했다. 간 얼음에 묵도 젤리도 아닌 독특한 재료의 혼합, 아 어렵다. 아내와 아들은 한 입 먹고 스푼을 내려놨고 난 몇 번 더 시도했지만 반도 먹지 못했다. 그리고 두리안은 음.. 표현하자면 방귀쟁이들 엉덩이에 둘러싸여 먹는 바나나와 고구마 중간의 어떤 맛이다. 입은 괜찮은데 코가 안 괜찮다. 입가에 향이 내내 머문다. 역시 유명세를 떨칠 만하다.


로컬의 맛이 가득한 첸돌 한사발(뒤쪽 아이보리 빛이 두리안)


말라카 여행의 꽃, 리버 크루즈


말라카 여행은 이걸 하러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로 연결되는 좁은 강 주변으로 만들어진 도시 말라카에서는 리버 크루즈 여행을 할 수 있다. (40분 정도 소요되며 3인 가족 25,000원 정도로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예전 중국 상해 주가각, 이탈리아 베네치아, 벨기에 브뤼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도 리버 크루즈를 탔었지만 강을 끼고 있는 작은 도시들은 그만의 매력이 있어서 좋다. 강을 바라보고 카페나 레스토랑에 앉은 사람들과 손인사를 하고, 강바람을 맞으며 중국과 유럽의 분위기가 오묘하게 섞인 말라카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밤엔 또 얼마나 예쁠지 하루 묵고 갈 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크루즈에서 틀어준 팝송 ‘호텔 캘리포니아’에 심취 중인 아들


아니 벌써 돌아갈 시간


말라카에선 시간이 참 빨리 흐른 느낌이다. 저녁을 먹고 버스 터미널로 돌아가려니 벌써 여유가 없다. 구글 평점이 높은 레스토랑에 갔는데 아들이 먹을만한 식사류가 없어 낮에 갔던 레스토랑에 다시 갔다. 그런데 저녁이라 주문이 많은지 식사 시간이 부족해 반은 포장을 하고 급하게 택시를 탔는데 터미널에 딱 5분 전에 도착했다.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는데 게이트에서 앱 예매를 종이로 바꾸란다. 창구로 갔더니 여유로운 직원 두 명이 서로 미루며 느긋하게 거스름돈을 하나하나 세고 있다. 다그칠 시간도 없이 다시 뛰었는데 우리가 탈 버스 자리가 비었다. 아.. 이대로 놓친 건가 싶은 순간, 게이트 직원의 느긋한 한마디. “delayed.” 허탈한 안도가 밀려온다.



셋 다 꿀잠을 자고 KL 센트럴로 돌아오니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다행히 실내 승강장을 찾아 그랩 택시를 불러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다. 아들은 버스를 놓치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는지 뒤늦게 눈물을 훔쳤다. 며칠 전 이포 여행보다 더 길고 진한 하루였다.





말라카는 밤 풍광도 궁금하고 올드타운 밖으로도 볼거리가 많다 하니 다시 기회가 된다면 당일이 아니라 하루 묵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카사 델 리오‘라는 근사한 강변 호텔 한 군데도 찜해뒀는데 가보신 분 리뷰라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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