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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eji Feb 04. 2023

왜 애플은 트렌드 역행해도 박수를 받을까?

더 이상 혁신은 없다는 애플 이벤트가 항상 기다려지는 이유

아이폰 14과 14 플러스가 새롭게 발표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개인 노션에 올렸던 글을 다시 브런치에 올려봅니다.

저도 아이폰을 (그리고 맥북,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 여러 애플 제품들도..) 꽤 오랫동안 사용한 한 명으로서 애플 이벤트를 굉장히 기다렸습니다.

역시나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 삼성은 이미 수년 전에 적용한 AOD(Always on Display) 같은 기술들을 ‘굉장히 멋지게’ 발표하는 장면들에 바보같이 넋을 놓고 보기도 했지만, 다 보고 나니 애플이 트렌드를 역행하는(?) 모습이 왜 독특하게 느껴질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애플 이벤트의 진짜 주인공은 이벤트에서 바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애플 이벤트 이후에 테크 유튜버들의 리뷰 영상과 반응을 통해 ‘이번 애플 이벤트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2022년 9월 애플 이벤트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Dynamic Island였습니다. 거의 모든 테크 리뷰어들의 썸네일이 ‘노치’와 Dynamic Island를 내세우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Dynamic Island가 좀 재밌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디자인과 기술 트렌드를 역행하는 디자인이자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은 지속해서 발전하면서 우리 삶에서 카메라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셀피와 함께 전면카메라의 중요도가 후면카메라 못지않게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미디어와 게임 등,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화면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베젤리스 화면이 고객들의 니즈에 맞물렸는데, 이로 인해 스마트폰 시장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문제❗️
디스플레이는 베젤리스에 가깝게 늘리고 전면부에 컷아웃은 디스플레이를 해치지 말아야 할 것!

Dynamic Island가 해결하고 했던 문제가 바로 이 스마트폰의 전면 디스플레이 활용과 컷아웃의 문제였습니다.


그동안 출시되었던 제품들이 제안한 여러 가지 대안 중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아이폰이 아이폰 X부터 사용한 노치 디자인, 그리고 카메라 렌즈만 최소한으로 보여주는 펀치홀 디자인, 그리고 카메라와 스피커 센서 부분만 최소한으로 컷아웃 한, 펀치홀 디자인의 한 종류인 알약 디자인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들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대안은 아니었기 때문에 전면 디스플레이 아래로 카메라를 넣고, 카메라 사용 시 프로세싱을 통해 이미지 결과물을 개선하는 방향이나, 카메라를 물리적으로 넣었다 뺏다 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든 카메라와 스피커를 전면 디스플레이에서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애플은 과감하게 판을 뒤집고 문제를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없앨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없앨 수 없다면 가장 아름답게 활용하자’고 이를 갈고 만든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결정이 고객들에게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자연스럽게 [애플은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제 얄팍한 지식으로 도달한 결론은 질문 하나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 문제가 문제가 아닌 상황은 언제일까?’


애플에게 컷아웃은 문제가 아니라 기회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컷아웃을 없앨 수 있는 방법보다 컷아웃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Dynamic Island를 통해 기능에 따라 컷아웃 영역을 오히려 늘리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애플은 이전에도 비슷하게 과감한 결정을 내린 사례들이 있습니다. 완전한 문제의 해결은 아니지만 새로운 방향과 관점을 제시해서 시장을 (꾸역꾸역) 만들어간 사례들입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단계에서 더 큰 화면에서 미디어와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고객을 겨냥한 아이패드

이어폰 단자를 없애고 블루투스 이어폰의 시대를 막무가내로 열어버린 에어팟

당시로서는 충격적이었던 CD-ROM이 없던 콤팩트 노트북 맥북 에어


그러고 보니 애플은 참 꾸역꾸역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고객들의 인식 속에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브랜드와 연결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혁신의 애플인지는…)


굳이 따지자면 애플은 문제해결을 위해 창의적 발견론인 TRIZ 중 국소적 성질 (Local Quality)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애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디자인 싱킹을 사용했을지, TRIZ나 ASIT를 사용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애플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물이 고객들의 만족을 불러왔다는 사실은 분명 애플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던지는 핵심적인 질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번 Dynamic Island가 본질적인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유투버 잇섭님의 아이폰 14 프로 언박싱 영상의 인트로를 보면 이 컷아웃이 여전히 골칫거리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애플이 문제를 문제가 아니도록 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Dynamic Island로 컷아웃 문제의 분위기를 바꾸었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명확해질 것 같습니다.


벌써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Dynamic Island를 안드로이드에서 구현할 수 있는 앱이 나왔으니,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변화의 조짐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elSqp6FqKU


아무튼, 애플의 Dynamic Island 접근이 전면 디스플레이와 컷아웃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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