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하는 아이들의 사회성

학교가 아니어도 괜찮을까

by 쨈빵


우리 집 아이들은 나이 터울이 크지 않은 삼 남매입니다. ‘학교에 안 다녀도 사회성에 문제가 없을지’ 별로 고민하지 않고 홈스쿨링을 시작했습니다. 양가 할머니 댁도 가깝고 교회 친구들도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았어요. ‘걱정할 것 없어. 겪어 보면 알겠지!’

홈스쿨링 3년 차에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었습니다. 감염 확산 방지 정책으로 교회에 갈 수 없는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늘 하던 대로 일과를 보냈습니다.


집은 가장 편하고 익숙한 곳입니다.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아이들은 집을 찬양(?)합니다. “우리 집이 제일 좋아요!” 집순이의 후손들 답지요. 자기 친구들을 자주 초대합니다. 놀고 먹고 자고 가요. 다 우리 아들 딸 같습니다. 떠들고 웃는 모습이 예쁘고, 잘 먹으면 좋습니다.


홈스쿨링 하는 부모는 아이들 의견이나 감정의 마찰을 고스란히 볼 수 있습니다.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는 범위가 크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부딪힐 일이 많아요. 여럿이 한집에서 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 입장에서 부모는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형제자매는 때로 불편하고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결혼으로 굳이(?) 한 가족이 된 부부도 갈등하잖아요. 아이는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가족과 수십 년을 동고동락 합니다.


앨리스가 작은 거실 테이블에서 책을 보려던 찰나, ‘내가 먼저 앉으려 했다’며 북극곰이 나타납니다. 스터디 카페 분위기에서 공부하고 싶어진 도로시가 식탁에 책과 음료, 블루투스 스피커를 적당히 배치했어요. 세팅을 마치자, 앨리스도 식탁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얼른 앉아버립니다.


(엊그제 오후, 우리 집 모습입니다.)


이럴 때 아이들의 ‘성향’이 부딪혀요. 앨리스는 와다다다 말을 쏟아내며 잘잘못을 따지고 들고, 북극곰은 기분이 상해서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도로시는 차분히 몇 마디를 하다가 안 통하는 것 같으면 갑자기 언성을 높여요. 각자의 생각과 입장이 있기 때문에 우기는 데도 정도가 있고, 양보도 한계가 있습니다.


엄마가 나설지 말지, 개입을 한다면 언제 어느 정도가 적당할 지, 많이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제일 힘들 때가 ‘다툴 때’입니다. 저는 갈등과 반목을 극단적으로 싫어해요. 하지만 아이들을 투닥거리는 걸 무조건 막거나 혼내지는 않습니다. 싸우는 것도 일종의 의견 조율이기 때문이죠. 논점에서 벗어나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한번씩 '환기' 해주는 정도가 제 몫입니다.


크고 작은 다툼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갈등이 더욱 복잡하고 예민해지기 마련이에요. 비슷한 충돌이 반복, 누적되면 스트레스가 되지요. 자칫 마음에 응어리가 남을 수 있고, 지치다 못해 단절의 벽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갈등을 극복해가는 경험은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나랑 맞는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쉽습니다. 물론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겠죠. 그런데 ‘갈등’은 어렵습니다. 가벼운 갈등은 저절로 풀릴 수 있으니, 가만히 기다려봅니다. 필요가 없는 관계는 만들지 않거나 끊을 줄도 알아야 하고요.

화를 잘 내는 사람, 자기만 옳은 사람, 말을 거칠게 하는 사람, 고집 센 사람, 자주 삐치는 사람, 불평하고 남 탓만 하는 사람.. 같이 사는 가족들이 힘듭니다. 직장, 학교, 교회에서 만나면 정말 불편해요. 문제는 내가 바로 이런 사람일 수 있다는 거죠. ‘남의 눈에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니까요.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보다 관계가 힘들어서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어요.


너그러운 사람, 인내심 있는 사람,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 재치 있는 사람, 겸손한 사람,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 솔선수범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만날 때마다 반갑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사람들과 무리 없이 지낼 뿐 아니라, 자기 역할에 충실합니다. 심지어 주위를 살피고 조용히 돕기까지 해요. 나도 이런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면 좋겠습니다.


사회성은 다른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힘입니다. 이것은 사람이 많은 곳에 노출이 된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나이에 맞춰 자라는 것도 아니에요.


가정은 가장 작은 사회입니다. 가족들과 잘 지내는 것은 사회성 발달의 기반이 됩니다.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한집에서 사이좋게 사는 방법이 뭘까요. ‘자세히 보고, 오래 보는 것’입니다. 서로를 잘 관찰하면서 알아가는 거예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각자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고 때때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의사소통이 잘 되는 가정은 평안합니다. '가족'은 가장 가깝고 어려운 관계입니다. 가족 간의 갈등이 깊어지면 해결이 쉽지 않잖아요.


가정에서 터득한 인간관계의 기술은 또 다른 ‘사회’에서도 응용 가능합니다. 친구, 연인, 직장 동료, 학교 선후배, 어른, 아이.. 와 잘 지낼 수 있어요.


기분이 상하면 말로 풀어야 하는 앨리스의 성향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북극곰이 속상할 때 눈물부터 흘리고 입을 다물어 버리는 건, 그의 성향이지 단점이 아니지요. 하나님이 우리를 각각 다르게 만드셨습니다. 그분은 실수하지 않으세요. 각자 모습 그대로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성향이 다른 덕분에 잘하는 일이 다 다른 것은 정말 재밌고 멋진 일입니다!


존중에 ‘배려’를 보태야 합니다. 앨리스는 당장 따지고 싶겠지만, 북극곰 기분이 좀 풀릴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대화를 시도하는 거죠. 북극곰은 단 한마디도 하기 싫겠지만, 닫힌 마음과 닫은 입을 애써 열어야 합니다. 앨리스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함께 지내기 편한 사람이 되려고 애쓸 줄 안다면, 사회성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타고난 성품은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법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습니다. 아빠, 엄마가 서로를 대하는 모습, 또 다른 사람과 지내는 모습, 자녀인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아이들은 바른 인간관계를 깨우칩니다. 배려하고 배려받는 관계를 이어가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 가겠지요.


홈스쿨링에서의 사회성 교육이요? 학교 다니는 아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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