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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쨈빵 Apr 18. 2023

인센티브 인생

답안지 봐도 돼요?



   

한 집사님이 자기 아이를 만나달라고 하셨습니다.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며, 나에게 상담을 부탁하셨어요. 일본 만화에 빠져 자기 본분은커녕, 가족들과 대화도 않고 사는 아이가 너무 걱정된다고요. 오랫동안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내 경력을 아시고, 기대를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중학교 남학생이 마흔 살 가까운 전업주부에게 어떤 말을 들으면 공부할 마음이 생길까요. 막막했지만, 여러 번 청하시는 말을 계속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약속한 날, 집사님 댁에 들어서면서부터 가슴이 콩닥거렸어요. 학원 강사였던 기간이랑 일을 쉰 기간이 비슷해질 때쯤이었으니, 무슨 감이 남아 있었겠어요.

    

친하지도 않은 어른에게 인생조언을 들어야 하는 그 아이가 딱 하기도 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소리를 해야 하는 내가 안 됐기도 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희찬이의 근황과 관심사를 묻는 것으로 대화를 열었습니다.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 지도 물었지요. 아이의 대답은 생각나지 않고, 공손하지만 매우 소극적인 모습이었던 모습만 기억납니다. 안 그래도 자신이 없는데, 아이가 그렇게 나오니 더 긴장이 됐습니다.

    

“중학생이 되니까 많이 힘들지. 학교생활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지금이 진짜 어려울 때야.”

“나는 고3 때 하나님을 만났어. 중학교 때 1년 정도 교회에 다녔지만, 그때는 하나님이 진짜 계신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

“고3이 되면서 입시에 대한 고민도 있고, 이제 곧 성인이 되는 나이인데도 너무 성숙하지 않은 것 같아 생각이 많았지. 그때 우연히 친구의 전도로 다시 교회에 가게 된 거야.”     

희찬이는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참 착한 아이였어요. 불편할 수도 있었을 텐데, 고맙게도 내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중. 고등학교 때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공부를 했어. 성적이 아주 좋은 건 아니었지만, ‘학생의 본분’ 그런 거 있잖아. 어쨌든 공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고3 때, 예수님을 믿었다고 했잖아? 그때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 학교에서 배운 게 다가 아니고, 세상의 주인, 역사의 주관자가 하나님이신 걸 알게 됐거든. 그때부터는 하나님 자녀로서 잘 살고 싶은 마음뿐이었어. 공부든 기도든 예배든, 하나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거라면,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을 했고.”  


   “전도사님이 말씀 읽으라고 하시면 말씀 읽고, 기도하라고 하시면 기도했어. ‘믿음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많은 공부를 했어. 잠을 줄이고 공부에 집중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어. 잘은 모르겠지만, 그러면 하나님이 나를 좋게 보실 것 같았거든.”


“그때 아주 놀라운 일이 생겼어. 하나님이 내가 노력하는 것보다, 늘 더 큰 성과를 주시는 거야!”     


정말 그랬습니다. 하나님을 알고 싶어서 한 걸음 내딛으면, 하나님은 나에게 열 걸음을 다가오셨어요. 더 이상 못하겠다 싶을 때까지 공부를 하다가 독서실에서 나오면, 항상 밤 12시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자고로 고3이라면 새벽 2시 퇴실이 기본인데 말이에요. 딱 공부한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겠지요. 그런데 기대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성적이 계속 올라서 수능 직전에는, 가장 높은 전교 등수를 찍어버렸어요.


대학에 다니는 내내 학원 강사나 과외 교습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성실하기는 했지만, 뛰어난 강사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면접을 보면 취업이 되었고, 꽤 높은 보수를 받으며 일했습니다. 가진 능력, 들인 수고보다 많고 큰 것을 누리면서 살았어요. ‘은혜’입니다.  감사할 뿐이에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각자 다른 능력을 주셨어. 얼마가 각자의 최선인지 정확하게 알고 계시지. 그러니까 남들처럼 하지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 없어.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 거야. 어떤 기준은 없어. 도달하지 못하면 실패? 그런 것도 없어. 너와 나는 이미 많은 것을 누리고 있잖아. 욕심이나 허영을 멀리 하고 남들과 나와 남을 비교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서 감사하며 살면 돼. 그러면 ‘하나님은 항상 넘치게 채워주신다’는 걸 경험하게 될 거야.”     


하나님 아버지는 언제나 우리를 너그럽게 대해주십니다. 잘 살고 싶은 마음, 애쓰는 마음,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해 쩔쩔매는 것까지 헤아려주시지요. 그리고 우리의 수고에 늘 인센티브를 붙여주십니다. ‘잘하고 있어!‘ 격려해 주세요. 하나님이 늘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십니다. 이게 믿는 우리가 누리는 복과 은혜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지요.      


그 인센티브를 맛보고 나면, 힘들 때도 버틸 수 있고 막막해도 참을 수 있습니다. ‘내가 이 고비를 혼자 넘길 수 없다는 걸 하나님도 아시지!’ 믿는 구석이 있는 거예요. 걱정하고 낙심할 시간에 기도합니다. 이 터널을 빠져나갈 때까지 주님 손 꼭 잡고 놓지 않습니다.      


때로는 다른 방법을 찾아, 그 손을 놓아버리기도 해요. 그래도 문제없습니다. 어차피 하나님은 내 ‘손목’을 꼭 잡고 계시니까요. 계속 나를 안고 계시니까요. 엉뚱한 길에서 허우적댈 때에도 나를 놓지 않으십니다. 언제나 나를 바라보시고, 한시도 그 시선을 거두시는 일이 없습니다. 헤맬 만큼 헤매도 내 자리 찾아와 보면 알 수 있어요. 변치 않는 그 사랑, 그 돌보심을요.      


하나님이 주시는 인센티브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나만 알 수 있는 것들이지요. 보이지 않는 중에 갚으시고, 은밀한 중에 응답하시고, 생각하지 못한 용기를 주십니다. 주님께로 한 걸음 더 가까이 오라고요. 그러면 훨씬 많이 다가오시겠다고요.      


희찬이에게 가장 만만한 과목부터 시작해 보라고 했습니다. 답안지를 펴놓고 공부하는 법을 알려줬어요. 답을 보고 알겠으면 ‘아는 문제’니까 동그라미 하라고요. 하나님은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만 주십니다. 성경이라는 답안지도 주시지요. 답안지를 보고도 모르겠으면, 일단 넘어갔다가 나중에 다시 풀면 됩니다. 하나님은 웃으며 기다리세요. 느리고 헤매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가장 적절할 때에 적당한 인센티브를 주실 거야!’ 기대하며 천천히 가면 됩니다.





이미지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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