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커서 개 되자

아이들의 소망

by 쨈빵






"엄마~~ 우리도 강아지 키워요~~!"


'강아지'라는 단어가 내 생각에서 지워질 만하면 한 번씩 나를 조른다.


"강아지가 키우고 싶을 때마다, 거울을 봐.

우리 집엔 귀염둥이가 이미 세 마리나 있잖아?"


여러 마리 키우고 싶으면, 셋이 같이 거울을 보라는 억지소리에, 아이들은 합창으로 답한다.


"아아~~ 사람 말고 동물이요~~!"


우리 집에 댕댕이가 생기면 어떨까. 이 녀석이 얼마나 착하고 영리한 지 알리고 싶어, 개 자랑을 자식 자랑하듯 하게 되겠지(팔불출 영역이 아니므로 부담 없이). 퇴근하고 온 남편에게 오늘 하루치 이 녀석이 했던 기가 막힌 말(?)과 행동을 쭉 브리핑할 것이고. 녀석은 눈치가 너무 빠르니, 항시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농담 진담도 할 것이다. 아이를 부른다는 게, 댕댕아 강아지 이름을 말해놓고는 "우하하, 미안 미안!" 웃을 일이 더 많아질 게 뻔하다. 아이들은 온종일 강아지와 팔짝팔짝, 춤 추고 뛰고 달리고...

결혼 전 몇 년 동안 강아지를 키웠다. 한 마리에게 아기 한 명 돌보는 것 못지 않은 에너지가 든다. 남편과 아이들이 있지만, 강아지를 책임질 1인은 결국 내가 될 게 뻔하다(에고, 나는 몬한다~).


정 키우고 싶으면, 나중에 어른 돼서 '너희' 집에서 키워. 독재자 엄마의 논리에, 아이들은 풀이 죽은 강아지가 된다.


힝~


기저귀 차고 뒤뚱거리던 아이는, 어느새 '슬의생'을 보며 진지하게 의사를 꿈꾸고, '아는 형님'을 보며 끼룩끼룩 웃는다. 무슨 뜻인지 알고는 웃는 거니? 아이들은 나이를 잘도 먹는다.

우리 집 강아지들이 최대한 천천히 크면 좋겠다. 덕분에 나도 천천히 늙을 수 있다면 더 좋고. 문제집이 아닌 책으로 세상을 배우면 좀 느긋하게 크려나? 키도, 한 번에 훌쩍 보다는 티 안 나게 조금씩 크길 바란다. 아이들이 크는 게 아깝기만 하다.


늦돼도 좋으니 착실히 여물어 단단한 사람, 자신과 남을 잘 돌보는 윤기 나는 사람이 됐으면. 꼭 안아줄 때마다 기도하는 마음이다. 총알 같은 시간을 붙잡을 길이 없다. 어느새 자라, 나를 내려다볼 것만 같다.


승용차 조수석에 자기가 앉을 차례라며 지들끼리 자꾸 다툰다. 공평한 걸 원하는 거야? 그럼 아무도 못 앉는 거지 뭐. 외출했다가 귀가하는 길, 뒷자리에 셋이 나란히 붙어 앉았다. 룸미러에 비친 아이들 모습이 영락없이 강아지 같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댕댕이는 무슨. 내가 여태 너희들만큼 예쁜 강아지들을 본 적이 없거든?






집 앞에 도착, 차 시동을 끄면서 외친다.

"자 강아지들, 내리세요."

아홉 살 둘째가 내 말을 받아, 제 동생한테 그런다.


"우리, 얼른 커서, 되자!" / "그래!!"(셋째)


"우하하하~ 뭐라고?"


"엄마가 만날 우리한테 강아지라고 하시잖아요. 그러니까 얼른 커서 개 되자고요!"


요녀석들 덕에 또 한 판 웃었다.







이미지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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