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님처럼 글을 술술 잘 쓰려면 어떻게 해요?”, “전 보도자료 쓰라는 게 젤 힘들어요.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난 10년 동안 글 쓰는 ‘어공’으로 살면서 제일 많이, 제일 자주 받는 질문이다.
처음 이런 질문을 들었을 때는 민망함에 그저 웃으며 넘겼다. 그런데 강산도 바뀐다는 10년간 비슷한 질문을 지속해서 받다 보니 이제는 마냥 웃어 넘길 수가 없었다.
최근에 본격적으로 답을 찾고 있다. 어느샌가 민망함이 미안함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말 답답한 마음에 내게 도움을 요청한 건데, 너무 내 마음대로 고민을 칭찬으로 받아넘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글쓰기’를 주제로 책을 여럿 빌려 읽고 있다. 그중에서 동료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실천법이 담긴 책을 발견했다.
사이토 다카시의 이 책은 제목만 보면 마치 글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나 봐야 할 책 같다. 하지만 정작 내용은 글쓰기의 기본이 되는 현실적인 방법들이 담겨 있다.
사이토 다카시는 일본 메이지대학교 교수이다. 지금까지 100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을 만큼 다작하는 작가이다. 최근 다시 그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 이유인즉 18년 전 출간되었다 절판된 책이 독자 요청으로 재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일류의 조건>이라는 저서로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얼마 전 뇌과학 전문가 박문호 박사가 ‘꼭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으로 추천하면서 다시 독자와 만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6년 전 <내가 공부하는 이유>로 작가를 처음 접했다. 내가 경험한 사이토 다카시 작가는 명료하다.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다. 심지어 목차조차도 독자를 유인하려는 그 어떠한 기교나 꾸밈이 없이 정직하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책에서 얻은, 내가 추천하고 싶은 실천법을 정리해 본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대명제는 단연 ‘다독’이다.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작가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 ‘보는 것이 아닌, 읽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글자를 보는 데서 그치지 말고 글의 내용, 작가의 의도를 ‘이해’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글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책 중에서 어디가 가장 재미있었는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배운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참고해서 읽은 글을 머릿속에, 더 좋은 방법은 내 글로 정리해 보면 된다.
대다수 글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무엇이 글감이 되는지 모르는 경우, 두 번째는 글감은 알고 있지만, 멋지고 그럴듯하게 화려한 문장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
나의 하루 업무 중 빠짐없이 하는 일이 부서에서 준 보도자료를 수정하는 일이다. 수정하는 과정에서 제일 힘든 게 바로 글의 화려함을 덜어내는 일. 필요한 정보 사이에 너무 많은 꾸밈말들이 있어 몇 번을 읽고 또 읽어야 내용 파악이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힘들게 작성해 준 직원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럴 때는 가차 없이 글을 잘라낸다. 보도자료를 받아 볼 기자들이 한 글자라도 더 읽어줘야 그들이 애써 준비한 사업이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의 실천법 중 가장 와닿는 부분이 바로 ‘멋 부린 문장보다 정직한 문장이 더 감동적이다’였다.
문장이 정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작가는 ‘주술 관계가 명확한 쉬운 문장일수록 좋다’고 말한다. 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되도록 한 문장에 하나의 정보만 담으라고 제시한다. 전하고 싶은 1가지 정보를 중심으로 문장을 쓴 후, 주어와 서술어의 대응이 맞는지만 살펴보아도 꼬임이 없이 정직한 문장을 쓸 수 있다.
‘결론 먼저’, 정말 실감한다. 이 역시 매일 경험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많은 기자들은 보도자료의 첫 문장만을 보고이 자료를 계속 읽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때로는 제목만 보고 결정하기도 한단다. 출입처에서 보통 하루 200~300개의 보도자료를 받기 때문이다.
이렇듯 나의 글을 읽어 줄 독자는 그리 참을성이 좋지 않다.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에 대한 답이 바로 나와야 한다.
뉴스에서 아나운서 멘트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모든 뉴스는 사고의 원인이나 과정이 아닌, 결론부터 전한다. 그래야 시청자의 주목을 끌 수 있다.
우리가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혼자 간직할 일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글이란 독자가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이에 대한 연습법도 알려준다. 글감이 떠올랐다고 ‘바로 쓰지’ 말 것.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논점을 구성해서 1, 2. 3번처럼 메모해 두고 글쓰기를 시작하라고 부탁한다.
이 밖에도 작가는 책을 통해 다양한 글쓰기 실천법을 제안하는데, 시도해 보고 싶은 신박한 방법들이 여럿 있다. 좋아하는 만화책을 소설로 바꿔보는 ‘노벨라이즈’, 책 읽고 책 광고를 위한 ‘pop 쓰기’, 좋아하는 드라마 속편 쓰기와 같은 것들이다. 아마도 수십 년 동안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글쓰기 코칭을 한 경험이 바탕이 된 듯하다.
이 책을 읽고 희망해 본다. ‘글 잘 쓰는 정직한 독종’. 글 쓰는 ‘어공’ 짱니의 또 다른 정체성.
브런치에 서평을 남기기 전에 이번 한 주 내가 쓴 글들을 다시 열어 보았다. 책에서 내가 꼽은 실천법들을 나는 얼마나 잘 해내고 있을까. 이전과 비교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나 역시 갈팡 지팡, 왔다 갔다 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오늘 서평을 쓰며 다시 한번 주문을 건다.
나는 글 잘 쓰는 정직한 독종이 될 것이다.
멋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