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 공무원들을 위한
'보직 첫인사말'. 지난 주말, 내 브런치를 방문한 사람들의 검색 키워드이다.
통상 글을 발행하고 나면 당일에만 조회수가 10 정도를 유지하는 선이다. 그런데 어제오늘 새 글이 없는데도 조회수가 20회를 넘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하는 생각에 브런치 통계를 살펴보고 나서 이해가 되었다. 공무원들의 인사철이었던 시기적 배경.
매년 1월 1일, 7월 1일은 공무원들의 인사이동이 있는 날이다. 신규 공무원으로 첫 출근을 하거나, 승진해서 부서를 옮기거나, 승진하지 않았더라도 2~3년 주기로 부서 이동이 이뤄지는 날이다. 부서마다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5~6명까지 떠나고, 들어온다.
이때 새로 만난 모두 앞에서 인사말을 한다. 바로 이 말을 찾는 공무원들이 어쩌다 내 브런치를 방문한 모양이다.
'내 브런치에는 도움 될 말이 없었을 텐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라도 적어본다. '보직 첫인사말'을 찾는 이들을 위한 글. 설렘과 걱정 속에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공무원들은 '말'을 할 기회가 생각보다 많다. 민원인 상대는 물론이고, 아직까지도 회식 자리가 많아 빠짐없이 건배사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또 상사에게 대면 보고도 필수다. 전자결재도 있지만 중요한 행사나 사업을 원활하게 준비하려면 상사를 설득하는 보고가 필수다.
반면 잦은 기회에 비하여,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특히, 스몰토크처럼 특정한 내용이나 목적이 없는 말들을 더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지난 5년 동안 이곳 구청에서 나의 주된 업무는 언론을 상대로 한 '말'과 '글'이었다.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첫 만남'의 과정을 수없이 겪었다. 나를 소개하고, 그들의 소개를 듣는다. 그때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말솜씨', '말하는 기술'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경험을 토대로 첫 만남의 인사말을 제안해 보려 한다.
첫 번째. 반가움 표시
가장 쉬운데,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인 것 같다. 새로 오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기존에 있던 우리들은 내심 누군가 새로 온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많은 활력을 얻는다. 서로 너무 익숙해진 터라 이제는 다소 지루하고 따분했던 조직에 작게나마 변화를 가져다준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이곳에 함께 하게 되어 반갑다는 표현을 해주면 마음이 더 쉽게 열린다.
어렵지도 않다. 아래 예를 참고하길 바란다.
"안녕하세요, 짱니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000 부서에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두 번째. 사회적 프로필 공유
보통 새로 올 사람의 이름 정도만 알고 있다. 새 사람에 대한 기대감은 큰데, 정보는 없어 궁금증만 커져 있는 상황이다. 사적인 정보를 제외한, 업무상 도움이 될 만한 사회적 정보를 알려준다면 향후 업무를 해 나가는데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인사말은 이력서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의 모든 이력을 읊을 필요는 없다. 나라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쌓아온 기본 정보들을 중심으로 알리면 좋다.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겠다.
"저는 교육방송에서 시사교양프로그램 방송작가로 7년 동안 일했습니다. 그러다 행정의 글쓰기가 궁금해서 좋은 기회에 경상북도 00시에서 입직을 하게 되었고요, 그곳에서는 주로 단체장 인사말과 중요한 홍보물을 기획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이곳 00구는 제 고향입니다. 제가 잘 아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 이직하게 되었고요, 앞으로 보도자료 작성과 언론 대응 등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또 하나, 사회적 프로필 공유는 '하마평'을 사전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더 중요한 이유라고 본다.
많이 알려졌듯이 공직 사회는 폐쇄적이다. 먼저 퇴직하지 않는 한 보통 30년 넘게 봐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다들 '평판 관리'라는 것을 하고, 이것이 잘 안 된 경우 '하마평'이 진실을 앞지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사이동이 나면 '걔는 어때?'라고 묻는 전화를 많이 건다. '걔는 어떻다더라~'가 퍼지는 배경이다.
보직 첫인사말이 중요한 이유다. 하마평을 앞질러 '나는 어떤 사람이다'를 알릴 수 있는 공적인 기회이다. '어공' 10년의 경험으로 제안한다면, 만약 첫인사말 기회가 없다면 부서장에게 요청해서 꼭 만들기를 바란다. 그만큼 중요한 첫 단추다.
세 번째. 기대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
보통 공직에서는 한 부서에 20~30명 정도의 직원들이 있다. 새 사람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각자 다를 것이다. 일을 잘하기를 바랄 수 있고, 밥도 같이 먹고 수다도 자주 떨면서 가깝게 지내길 원할 수 있다. 그들이 기대하는 만큼, 나의 기대를 알리는 점도 중요하다. 그래야 시행착오가 줄어든다. 나의 포지션 정립이 빨라지고, 정확해진다.
'첫 만남부터 무슨 기대하는 바를... 부담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로 만난 사이이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나를 오래 기다려 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기대하는 만큼, 나 역시 이 조직에 기대하는 바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점을 기회가 있을 때 인식시켜야 한다. 관리자와 동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거창한 목표를 제시하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예를 들면 "앞으로 00 부서에서 홍보와 관련된 다양한 업무들을 두루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라던지, "2년 동안 이곳에서 많이 배울 수 있는 멘토를 만나고 싶습니다." 혹은 "저는 다른 사람을 도와줄 때 보람을 느끼는데요, 제가 해 왔던 업무 중에 도움 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또는 "저는 맛집 정보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약속 자리 있을 때 적극 활용해 주세요"라던지 처럼 나의 경력과 정체성을 어필할 수 있는 점들을 잘 활용하면 된다.
'어공'인 내게는 단 두 번의 첫인사말이 있었을 뿐이다. 이후로 나는 수많은 첫인사말을 듣기만 하는 입장에 있다. 너무도 많은 경우, 그저 이름과 나이만을 읊고 들어가 버렸다.
나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2~3년 동안 조심스럽게 몸으로 부딪히며 그들을 알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좀 알겠다 싶으면 떠나갔다.
그때마다 '첫 만남에 좀 더 많은 단추를 채웠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한 부서에 있으면서 더 많은 일을 함께 하고, 더 많은 고민을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늘 아쉬웠다.
내일도 내게는 새 짝꿍이 온다. 이번에도 역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의 이름뿐이다. 무엇을 나와 함께 할 수 있는지 그저 혼자 가늠해 볼 뿐이다.
내일 첫인사말 자리가 꼭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새 짝꿍이 한 번쯤 '보직 첫인사말'을 검색해 봤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좋다. 이제 내가 먼저 그에게 우리만의 첫인사말을 나누면 되니까.
또다시 새출발에 나선 모든 공무원을 응원합니다!
좋은 만남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