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가 진로로. 24살, 새롭게 시작하기.
Yoll_Sugi의 길찾기 ①
누군가가 나에게 무엇을 제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항상 꼽는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좋아하는 농구이고,
두번째는 대학교에 들어와서부터 빠지게 된 뮤직 페스티벌이다.
농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나의 진로 깊숙히 자리해 있었다. 9살때 멋모르고 동네 체육센터에 가서 시작한 농구가 지금 이정도까지 나의 삶 깊숙히 자리해 있을 줄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13살 때 삼성 썬더스 산하 리틀썬더스 유소년 농구구단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농구를 배우기 시작했고 그때 농구를 하는 것이 너무 재밌었기에 나는 농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선수가 되고자 하는 것은 일차원적이었다. 다른 길, 다른 대안이 없는 진로였고, 이를 원하지는 않았다. 나는 농구를 하는 것만큼 보는 것 또한 사랑했다.
중고등학교에 들어서는 에이전트를 꿈꿨다. 선수들의 최측근으로서 내가 가치가 있다고 믿는 선수들에게 가치 있는 계약을 안겨다 주는 에이전트, 그런 에이전트가 되고 싶어 내 대학 자소서의 진로계획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에이전트를 향해 달려온 학창시절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에이전트라는 진로도 현실적인 큰 벽이 있었다. 한국은 아직 에이전트 문화가 잘 정착되지 않았다. 프로 구기 스포츠들의 경우 구단 차원에서 선수들의 계약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 에이전트가 큰 활약을 할 수 없는 구조이다. 그럼 꿈의 미국 무대에서는? 에이전트는 "인맥 싸움"으로도 불린다. 물론 실력이 뒷받침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현실적으로 타국에서 그 커리어를 쌓아나가기에는 인간관계를 베이스로 한 직종인 이상 실력 이외의 상당한 고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렇게 에이전트라는 꿈은 점점 직종을 넘어 스포츠 시장을 이해하면서, 단순히 스포츠가 아닌 그 하나를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나의 진로에서는 차츰 멀어져갔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서도 언젠가 스포츠, 그 중에서도 농구 관련 직종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행복하고 개인적으로 '성공'한 삶이 아닐 수 없겠다는 생각은 늘 가져왔었다. 그 직종이 어떤 것이 될지가 불명확했을 뿐. 24살에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농구를 매일 접하면서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이 있을까? 내가 이와 관련해서 다시 큰 꿈을 품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았다. 엄밀히 말하면 대답만 찾았고 이제 시작단계이지만 이것만으로도 큰 구름이 걷히는 기분이 들긴 한다.
앞서 언급한 질문에 대한 대답 이전에 또 하나의 관심사인 나의 페스티벌에 대한 애정 또한 되새겨보고싶다. 중,고등학교 때 밴드부를 하면서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그 중에서도 라이브 음악들에 큰 관심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단순한 가창력 혹은 세션 실력과 별개로 라이브 공연의 매력을 가진 아티스트인가가 내가 선호하는 아티스트를 판단하는데에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많은 라이브 공연들을 접했고 인디공연과 단일가수 콘서트를 시작으로 공연 문화에 빠져 상당히 많은 공연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에 뮤직페스티벌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다. 수십개 팀, 수십, 수백명의 아티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말그대로 축제를 만들어주는 이 문화는 단순한 공연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가장 자유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달까. 락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뮤직페스티벌의 끝판왕인 edm페스티벌까지 경험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edm이라는 음악장르와 그 시장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월디페, UMF, 이런 페스티벌들을 다녀올 때마다 가슴속에 생기는 꿈은 "공연기획에 참여해보고 싶다, 혹은 직접 공연 기획을 해보고 싶다"라는 꿈이었다.
그럼 이렇게 좋아하는 두가지를 위해 이제까지 많은 준비를 하였나 하면 그것은 아니다. 대학에 들어온 뒤에 2학년때부터 일찍이 CPA 시험준비에 뛰어들어 3년 정도의 시간을 CPA공부를 하였다. 1학기 학교를 다니며 강의를 병행하고, 2학기땐 휴학을 하고 CPA공부에 매진했다. 아무래도 나 또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검증된 길을 따라가야겠다라는 생각이 컸던것 같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번의 실패를 겪었으나 배운 점도 많았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내가 다른사람보다 열렬히 좋아하는 것이 여럿 있다는 점이었고 그 중 두개는 정말 오랜기간 틈틈히 경험해오며 탄탄하고 깊게 그 관심을 쌓아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좋아하는 관심사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이것을 나의 메리트로 활용하여 길을 개척해볼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검증된 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분야인지를 알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내가 실력을 키울수만 있다면, 분명 나의 노력의 과정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산출물로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
공연기획은 아직 막연하다. 다행인 점은 막연하지만 뚜렷하긴 하다는 점이다. 내가 공연문화, 특히 페스티벌 문화에 빠진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 문화의 매력을 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페스티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고정된 인식을 깨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할 수 있는 선에서 많은 관객의 유입을 이끌어내고 싶다라는 생각도 있다. 그래서 훗날 글라스톤베리, 코첼라, UMF Miami, EDC Belgium처럼 수많은 외국인들이 그 페스티벌을 보기위해 한국을 방문할 정도의 공연을 기획하고픈 큰 꿈이다.
농구와 관련된 꿈은, 즉 조금 전에 언급한 '농구와 관련하여 다시 가지게 된 큰 꿈'은 스포츠 데이터 전문가이다. 미국에서는 Sports Data Analyst로도 불리는데, 말그대로 선수들의 명시적인 데이터 뿐 아니라 숨겨진 2차 데이터들을 활용하여 가치를 뽑아내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구단에 소속되어 선수스카우팅을 전담하기도 하고, 일반인들이 선수들의 구체적인 성적을 확인 할 수 있게 다양한 지표를 제공하는 매거진을 작성하기도 한다. 또한 나날이 데이터의 질과 양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같은 스포츠의류 업체 같은 곳에서 광고모델로 사용할 때나, 제품을 만들 때에도 앞으로 데이터 전문가의 중요성은 더욱이 무궁무진해질 수 밖에 없다. 직종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특히 농구라는 분야의 데이터 전문가가 되어 관련 데이터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 자신이 소스가 되어줄 수 있다면 대단히 행복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가지 꿈은 굉장히 다르지만, 결국 어느쪽이든 내가 데이터를 잘 다룰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함이 우선된다고 생각했다. 혹자는 어차피 빅데이터, 코딩 등 이 쪽 분야가 요즘 각광받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미 지난 3년을 일반적인 길에 맞추어서 걸어왔다. 이 살아있는 기분과 이 동기부여를 다시 얻게 되었다는 것이 나에겐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시작으로 한단계 한단계 고지에 다가서는 과정을 정리했을 때, 그 끝에는 지금의 확신과 자신감, 믿음에 대한 만족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