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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Feb 23. 2020

VR 콘서트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DJ 듀오 Galantis의 첫번째 VR 콘서트 프리뷰, 그리고 VR세계

영화 레디플레이어원 Ready Player One을 기억하는가?

그 중에서도 주인공 퍼시벌과 아르테미스의 댄스 씬은 손꼽히는 명장면 중 하나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가상 세계에서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 완전히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VR 기술이 발전한다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 아닐까!

이런 가상현실의 경험을 맛보기로 느껴 볼 수 있는 VR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바로 오는 2월 27일(한국시간) 열리는 DJ 듀오 갈란티스의 VR 콘서트, 그리고 VR 콘서트 경험 자체에 대한 글이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퓨처 하우스 장르를 주로 다루는 스웨디시 댄스 듀오, Galantis 갈란티스가 오는 2월 26일 (한국 시간 2.27 오전 04:30) 첫 VR 콘서트를 연다. 

VR 콘서트의 타이틀은 'Church of Galantis'


이번 콘서트는 최근 2월 7일자로 발매된 갈란티스의 새 앨범 [Church]의 릴리즈 기념 콘서트라고 볼 수 있다. 2010년대 중반, 'Runaway', 'Peanut Butter Jelly', 'Love On Me' 등 밝은 분위기의 신나는 히트곡들로 전세계의 수많은 EDM 팬을 보유하게 된 갈란티스의 이번 앨범은 기존의 에너제틱한 갈란티스만의 색깔과 이번 앨범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스타일의 곡들이 결합한 14곡짜리 알찬 정규앨범이다.


이번 VR 콘서트는 총 30분간 갈란티스만의 드럼 연주가 담긴 라이브셋으로 선보여진다. 

갈란티스 듀오는 커스텀 아바타로 등장할 예정. 평소 라이브셋 공연에서도 갈란티스 듀오는 화려한 드럼 연주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바타의 모습으로 나타난 갈란티스가 선보이는 드럼 연주는 어떨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과연 현실에서의 감흥을 얼마나 구현해낼 수 있을지.

갈란티스 또한 "우리는 전세계의 Seafoxnation(갈란티스의 팬을 일컫는 말) 과 'Church of Galantis'의 경험을 나눌 생각에 굉장히 신나 있다. 우리는 앨범 'Church'를 가상현실세계로 불러와 어느 지역에 사는지에 관계없이 모두가 모여 이 아름다운 경험을 함께 향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공연을 흔쾌히 주최하기로 결정하였다." 라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VR 콘서트 전문회사인 Wave

갈란티스의 공연 홍보는 이 정도로 하고 이쯤에서부터 이 VR 콘서트 자체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번 'Church Of Galantis'의 주최사 Wave XR은 이미 Tinashe, T-Pain 등과 협업한 바 있는 저명한 VR 콘서트 전문회사이다. Galantis가 이 회사를 주최사로 선택한 데에는 기존에 EDM 콘서트 진행 경험이 수차례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작년 7월에는 베이스 DJ인 REZZ의 데뷔앨범 릴리즈 기념 VR 콘서트를 열기도 했고, 올해 1월에는 트랩 DJ인 Jauz의 VR 콘서트 역시 Wave XR의 화려한 기술력으로 성황리에 런칭하였다. 콘서트를 직접 경험한 관객들 사이에서는 호평이 가득하다. Wave XR의 기술과 가상현실 상의 디자인 감각, 그리고 기획력이 아티스트 고유의 색채와 맞물려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말이다.

Wave 주최 VR 콘서트 영상 중 캡쳐

Wave XR 회사가 주최한 행사 외에도 최근 몇 년간 VR 기술을 활용한 이벤트를 몇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작년 2월에는 트랩/베이스 DJ Marshmello가 게임 Fortnite 내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하였는데 이 자체만으로 EDM 씬에서 엄청난 화제였다. 게임 내의 가상현실공간에서 현실의 DJ가 공연을 펼치고, 관객들도 게임에 함께 접속하여 오롯이 그 공연을 즐긴다는 것은 몇 년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게임 포트나이트 속 DJ Marshmello 마시멜로의 공연

처음 보았다면 생소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적응하고 조금 지켜보다 보면 현대 기술이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지에 감사와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이 가상현실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딛기 전, 먼저 Virtual Concert (가상 콘서트)Concert in VR (VR로 보는 콘서트)의 개념을 구분지을 필요가 있다. Virtual Concert는 무정형의 개념이다. 원격 장치나 스트리밍 웹서비스를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시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공연이든 이 개념에 속한다. 반면 Concert in VR은 VR 헤드셋을 착용하여 이벤트를 관람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티스트들의 공연 실황을 360도 영상으로 촬영하여 유튜브로 전방위 시점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해놓은 공연 영상들이 여기에 속한다.


Galantis의 공연부터 시작해 이 글에서 계속 다루고 있는 개념은 아무래도 Concert in VR보다는 Virtual Concert(이하 VR 콘서트)에 가깝다. VR 콘서트의 이점으로는 단순히 생각해봐도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집에서 누워서 엽떡을 먹으며 관람할 수 있다는 것.
화장실을 가기 위해 긴 줄을 대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
볼륨을 내가 원하는대로 설정할 수 있는 것. 내 귀가 허락하는 한.
키가 아주 큰 사람이 인스타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 핸드폰을 들어 내 모든 시야를 가리는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
VIP가 아닌 이상 일반적인 공연에서 절대 경험하지 못할 뷰에서 공연을 즐길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단순하게 떠오르는 이점들보다, 어떤 방식으로 VR 콘서트가 열리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작년 9월, 2019년을 가장 뜨겁게 장식한 팝스타, Billie Eilish가 Oculus에서 VR 콘서트를 열어 필자도 처음으로 VR이벤트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Oculus Venue라는 앱을 통해 접속하고 VR 기기를 연동시키니 이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는데, 가상현실 아니랄까봐, 게임 같았다. 모드는 두 가지가 있었다. 소셜모드와 솔로모드. 말 그대로 솔로 모드는 혼자만의 공간에 유저를 위치시키고, 소셜 모드는 일반적인 공연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처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위치한 공간 속 좌석에 유저를 놓는다. 소셜 모드를 선택하자 눈 앞에는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의 지정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듯 돔형 무대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소셜모드답게 앉아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도 있었고, 음악에 집중하고 싶을 때는 공연만 관람할 수도 있었다. 상당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뚜렷한 한계점도 보였다. 일단 필자는 페스티벌쟁이이자 흥쟁이이기 때문에, Billie Eilish의 곡을 듣는 중에 'Bad Guy'나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을 들을 때면 따라서 춤을 추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몸이 가만히 있질 못했는데, 춤을 추고 리듬을 몸으로 타는 중에도 VR 속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표현이 되니 이질적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신선한 경험이라고 느끼는 것은 이번을 포함해 한두번일 뿐이고, 이를 넘어 VR이 정말 가치있는 경험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확실히 기술력의 발전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절실히 느꼈다. 빌리 아일리시의 VR 콘서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점은 너무 제각각이고 제한적이었다. 때때로는 영상 싱크가 안 맞기도 했고, 음향도 굉장히 고르지 못했다. 사실, 공연의 질을 논할 때 가장 크게 고려되는 것은 음향이다. 음향이 안 좋으면 결코 좋은 공연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VR 콘서트의 음향 문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한계점이 뚜렷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한계점이 보완되었을 때 오는 만족감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발전, 개선할 여지가 그만큼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Wave XR이 주최한 공연을 실시간으로 본 적은 아직 없지만, 이 회사의 공연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유튜브를 통해 보면서 일종의 돌파구를 찾은 기분이 들었다. 컨셉 기획력에 있어 아티스트를 아바타로 치환하여 공연을 펼친다는 점이 흥미로운 요소였고, 무엇보다도 음향의 질이 Oculus보다는 훨씬 발전된 상태였다! 소셜 기능은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다.

아바타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지 가상 세계에 들어와있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고 여기에 발전된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몰입감은 상당했다. 360도로 공연을 계속 관람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엄청난 이점. VR 기기를 제대로 갖추어 이 공연의 진미를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자유도가 있는 상태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가상의 관객들과 함께 느끼면서 말이다.


갈란티스의 공연, 'Church of Galantis'는 2월 27일 오전 4시 30분에 Wave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트리밍할 수 있다. 갈란티스가 앨범 릴리즈를 하면서 이번 앨범의 의미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직접 언급한 그 의미가 VR 콘서트를 주최하는 목적과도 비슷한 결에 놓여 있다고 느껴졌다.


갈란티스가 말하길, 앨범 제목인 'Church'는 단순히 교회라는 건축물이나, 개신교, 천주교 등의 특정 종교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신, 더 나은 휴머니티를 향한 같은 믿음,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한 데 모여 결속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속된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가 평화이든, 변혁이든, 아니면 단순히 서로를 지탱하고 의지가 되어주는 것이든, 그것이 우리의 '신념 Faith'(이번 앨범의 트랙 중 하나)이자 'Church'(앨범제목)이다.

이 말을 듣고, 이 메시지가 반영된 VR 콘서트를 꼭 시청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간 가상현실이라는 것에 대해 멀고 비인간적이라고만 생각했던 필자 본인에게, 어쩌면 가상에서 오는 비현실성이 오히려 진정한 결속과 화합의 가치를 실현시켜줄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던져준 순간이었다.


VR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전세계의 공간들을 연결하여 가상세계에서 열리는 VR콘서트는 혁신적인 시도임과 동시에 앞으로의 공연업계에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10년, 20년뒤의 공연이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적인 공간에서만 열린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도, 영상, 음향, 그리고 VR 기술이 점차 기술적인 면에서 발전한다면 훗날 집에서 혼자 춤추며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교류도 할 수 있는 가상의 페스티벌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때가 머지 않았음을 느끼며 이 글을 읽는 모두와 27일 새벽, 갈란티스 공연장에서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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