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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May 12. 2020

페스티벌 취소의 진짜 의미

위로의 기회, 해방의 기회를 잃었다

오늘,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이 7월로 연기 발표를 하고

상반기의 마지막 페스티벌로 예정되어 있던 5Tardium 오타디움은 내년으로 연기, 즉 올해 행사의 취소를 발표하였다. 이미 5월 청춘페스티벌, 서울재즈페스티벌, 월드디제이페스티벌, 6월의 레인보우뮤직페스티벌, 울트라뮤직페스티벌이 모두 연기 혹은 취소 발표를 한 상태.


그렇게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예정되어 있던 모든 국내 페스티벌은

없어졌다.


필자는 벨기에에서 열리는 투모로우랜드와 헝가리에서 열리는 시겟 페스티벌의 취소 소식까지 함께 들어야 해서 마음이 굉장히 아픈 4월, 5월을 보냈다. 페스티벌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고 있는데, 그 원천이 되는 이벤트들이 모조리 취소된 상태이니, 상실감은 클 수 밖에.

국내에서만큼은, 코로나가 잠식되어감에 따라 잘하면 피스트레인과 오타디움 만큼은 제 날짜에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며칠 전 이태원 클럽발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다시 발발하면서 그 기대도 저물어갔다.

페스티벌이 하나하나 취소되고, 환불된 비용이 계좌로 다시 들어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인스타그램에는 필자처럼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어투로 허무함과 실망감을 표하고 있었다.

과연 이들이 표현하는 슬픔은 이벤트가 취소된 것에 대한 것인가.

물론 그 감정의 시작은 계획되어 있던 이벤트의 부재이겠지만, 정말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어쩌면 페스티벌의 본질적 의미에서부터 올라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스티벌을 왜 가는지에 대해 물으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대답이 '일상 탈출'이다.

학교를 다니든, 직장 생활을 하든,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 혹은 이틀, 오로지 그 시간에 충실히 빠져들 수 있는 곳이 페스티벌이다.

페스티벌은 아니지만, 그와 성향이 비슷한 싸이의 흠뻑쇼에서 싸이는 공연 중간에 이렇게 말을 한다.


여러분은 모두 저마다의 걱정을 안고 이 곳에 왔겠지만,
이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만큼은 여러분의 표정에 걱정이 없습니다.
지금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있겠지만, 내일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조금만 더 뛸 걸'일 것입니다. 아낌없이, 남김없이, 그래서 내일이 되더라도 후회없이 남은 시간도 모든 힘을 다해 즐기다 가시길 바라겠습니다.

페스티벌과 공연, 그 본질은 주어진 시간에 오로지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그 에너지에 있다.

모든 일상 속의 걱정과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오로지 즐거움에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미치도록 신나는 음악을, 때로는 누워서 듣기 좋은 달달한 인디 음악을 접하고,

그렇게 음악으로 위로를 받는다.


이것이 페스티벌의 가치이며, 이 에너지와 시간을 가질 기회를 상실한 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코로나에게 빼앗긴 것이다. 예전 페스티벌들에 갔을 때 찍었던 영상들, 그리고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라이브 영상들을 보며 그나마 위안을 얻고 있다. 


조금 전에는 2017년 지산 락페스티벌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인 루카스 그레이엄의 라이브를 직접 촬영한 영상을 다시 보았다. [7 years old]라는 곡을 관객들이 모두 따라 부르며, 가수는 관객으로부터 감동을 받고, 관객들은 라이브 공연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그 아름다운 순간을 다시금 떠올렸다.


일상도 일상답지 못한 요즘이다.

불필요한 접촉과 전염으로 인해 우리에게 필요한 접촉과 교감과도 잠시 이별한 상태다.


진정으로 '즐거운 위로'를 안겨다 주고,

일상에서 벗어나는 행복을 알려준 페스티벌이 정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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