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머치 시즌2의 마지막 이야기
시즌2의 마지막 스무번째 이야기.
앞서 열아홉번째 에피소드에서 밝혔던 대로, 스무번째 이야기는 열아홉번째와 완전히 정반대되는 주제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나에게 있는 물건 중 가장 싼 물건의 가격 다시 매겨보기.
열아홉번째 에피소드에서처럼 나에게 있는 비싼 물건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효용을 쓰이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것 또한 하우머치 프로젝트의 의도에 부합하지만, 가장 부합하는 것은 아무래도 가볍고 사소하게 느껴졌던 물건의 가치를 새롭게 다시 생각해보는 과정이겠죠.
시즌2를 오롯이 채워준 14명의 하우머치 에디터 멤버들에게 감사드리며 가장 하우머치스러운 스무번째 이야기와 함께 하우머치 시즌2를 마무리합니다.
하우머치 시즌2는 시즌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앞선 시즌1과 함께 브런치북 발간 및 출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진행 상황은 이 SE2 EP20 글에 업데이트되는 대로 기록하도록 하겠습니다.
브런치북 및 출판 과정이 끝나면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시즌으로 다시 이어나가겠습니다.
그동안 꾸준하게 하우머치 시즌2의 소중한 독자가 되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금 내 가방에 들어 있는 것들 중 가장 값 싼 물건은 검정색 모나미 볼펜이다. 아이패드가 들은 파우치에 300원짜리 검정 볼펜도 함께 들어 있다. 젤리롤, 하이테크, 그리고 제트스트림으로, 학창시절 나의 펜 역사는 이러한 변천사를 겪어왔다. 아마 대부분 비슷할 것 같다. 하이테크 떨어뜨려서 마음이 쿵 내려 앉았던 적, 다들 한 번쯤은 있지 않나? 한정판 하이테크도 있을 정도로, 펜 모으기를 좋아했었다. 지금도 다른 어른들에 비해서는 좋아하는 것 같지만, 나만 놓고 비교하자면 펜에 대한 욕심이 많이 사라졌다. 이제 내게 펜의 종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냥 평소에 가지고 다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내 가방에는 아이패드와 펜이 평화롭게 공존한다. 다이어리만큼은 꼭 펜으로 쓰고,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를 심사숙고해서 고르며 붙인다. 아이패드(훌륭한 기술)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번거롭고 귀찮지만 그래서 의미 있는 종이의 영역이 완벽하게 대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각사각거리는 연필 소리와 똑딱거리는 펜 소리, 한 번에 잘 써야지 하는 쓸데없는 비장함, 그런 것들을 나는 사랑한다. 종이에 꾹꾹 눌러가면서 써야지만 내 머리에 지식으로 자리잡게 되고, 상대방의 마음속에 콕 박히게 되는 그런 게 있다. '아이패드'와 '펜과 종이'의 영역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공존했으면 좋겠다. 문서 작성은 아이패드로 해도, 편지는 펜으로 쓰는 것처럼. 아이패드처럼, 펜을 통한 생산성 있는 작업들, 배움의 가치도 대학 1학기 등록금만큼은 되어야 할 것 같다. 뭔가 기술에 지기 싫은 마음에, 아이패드의 가치보다 1만원 높게 책정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집을 나설때마다 공식처럼 입으로 외우는 필수 소지품 “핸드폰, 지갑, 마스크, 사원증” 그 중 사원증은 돈을 주고 물건을 받은게 아닌, 오히려 돈을 받고 물건도 받은 마이너스 가격의 가장 값 싼 물건. 주 40시간 근무 조건으로 나에게 연간 00,000,000원을 지급해준다는 아주 솔깃한 조건의 로-동 계약서에 서명하자, 세상에나 내 엉덩이 붙일 자리와 공짜 노트북도과 모니터, 그리고 공짜 사원증을 제공받았던 것-! 하지만 사실 알고있다. 이 사원증은 공짜가 아니라는것을.... 하루 1/3 어쩔때는 1/2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며 젊음과 열정, 체력, 그리고 정신건강 모든것과 맞교환하고있는, 그러나 매일아침 마스크를 챙겨야하는 CORONA 시대에 고용안정을 보장해주는 이 사원증 목걸이를 나는 매우 소중히 챙기며, 매일 아침 6시마다 눈을 떠 스스로에게 목줄을 채우고야 마는 것이었다. 사원증이 소중해서가 아니라, 사원증과 맞바꾼 내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지금 이 물건은 20억원.
내 가방에 있는 물건은 캠코더, 캠코더 배터리,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립밤이다. 가장 값싼 물건은 립밤이다. 본 립밤은 2년 전 훈련소에서 헌혈 후 사은품으로 받아 군 생활 내내 사용한 것과 동일한 제품으로, 전역 후 경기도 청년지원금으로 올리브영에서 7000원에 1+1으로 구입한 것이다. 본 립밤은 사용하면 입술이 촉촉해진다. 무색무취로, 입술이 건조할 때 뿐만 아니라 가만히 있기 괜히 민망할 때 습관적으로 발라도 부담이 없다. 음... 그렇다.
(1) 고가의 립스틱부터 색이 이쁜 저가의 립스틱도 있는데,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화장을 안할 수도 없고 주말엔 약속이다 뭐다해서 나간다고 립을 항상 바르니 필수템임에도 만원으로 6개월이상은 쓸수 있으니 이만한 가성비가 없다. 1개월에 천원대다. 딱 그 값어치인것 같아서 다시 매긴대도 만원.
(2) 펜은 어딜가나 쓴다. 직업적인 면에서도 필기를 안할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하고 뭔가끄적거리는 걸 좋아하는 내 입장에선 펜은 보통 항상 가방에 있다. 뭐든 쓰고 표현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생각이 깊어질 수 있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건 참 값진 일이다. 그래서 다시 가격을 매긴다면 만원?! 10배정도 된다!
내 가방 속 가장 작아보이는 물건은 알코올 핸드스프레이이다. 코로나 때문에 좀 전에는 그 가치가 매우 높았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비교적 흔해져버린 물건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꽤 중요한 물건이 될 듯하다. 어렸을 때부터 손에 땀이 많이 났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상관없이 긴장하지 않아도 수시로 손에 땀이 나서 여러모로 아주 불편함을 겪는다. 어쩔 때는 언제 그런가 싶게 바싹 말라 뽀송하기도 하는데, 땀이 안난다고 인지하는 순간부터 다시 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이유는 없다. 별여별걸 다 해봤지만 이건 타고나서 어쩔 수가 없다! 그냥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뿌리기 시작한 손소독제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살짝 뿌려주는데 알코올이 수분까지 다 날려버린다. 일반 소독젤은 도움이 안되고 스프레이가 좋다, 내꺼는 향기도 좋아서 뽀송하게 기분도 좋아진다ㅎㅎ 아주 드라마틱한 효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도움이 되고 있어서 앞으로도 가지고 다니면서 계속 쓸 것 같다. 한 오천원 정도에 산 알코올 스프레이인데, 만족감으로 보면 오만원 어치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나에게 있는 것 (주섬주섬) 찾아보니 리*라다. *콜라는 1500원이다. 목을 많이 쓰는 내게 목캔디는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귀가 아프거나 목이 아프거나 할 때 입 안에 물고 있으면 어느덧 괜찮아진다. 그래서 나는 이 캔디의 가치를 이비인후과 치료비와 동등하게 매길 것이다.
얼마 전 대전까지 운전해야할 일이 있었다. 대전의 친척집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상경하는 길에, 추적추적 길을 적시던 빗방울이 그치고 운전석에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것이었다. 배도 부르고 햇살도 따스하고 에어컨도 빠방한 차 안에서.. 나는 그만 눈꺼풀이 무거워져버렸다. 문제는 내가 핸들을 잡고 있었다는 것. 그렇게 졸음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길 가에 졸음운전 경고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아차 싶었던 나는 근처 휴게소에 차를 멈추고 풍선껌 하나를 사서 나왔다. 풍선을 자그맣게 불고 딱딱 소리를 내는 것에 강박을 갖고 있는 나는, 거기에 신경을 쏟으며 졸음을 이겨냈다. 그 껌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찔한 상상을 해보며 남은 풍선껌을 차 서랍에 넣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