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밑에서 주로 패스를 받아 골밑슛, 덩크 등으로 보드를 장악하는 포지션. 힘과 신장이 중요하고 리바운드 및 블락 등 보드 장악능력이 필요하며, 골밑 마무리 능력이 요구된다.
이제까지 알아온 센터라는 포지션이다.
그런 센터의 모습을 요즘 농구에서는 찾아보기가 꽤 힘들다.
왜냐고 묻는다면, 연쇄적인 농구판의 변화들이 야기한 포지션의 역할 상 변화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사실 이 사람 때문이다.
스테판 커리. 이 매정한 사람.
스테판 커리가 무지막지하게 3점슛을 던져대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그것이 NBA에서 통할 뿐 아니라, 리그 전체를 압도하기 시작하면서 전체 판도가 바뀌어버렸다.
스테판커리는 동료의 스크린을 받아 요리조리 수비를 바꾸어가며 장거리 3점슛을 던졌고, 이에 대처하지 못하는 느리고 골밑에 특화된 센터들은 점차 존재감을 잃어갔다.
90년대만 해도 센터들의 농구판이었다.
하킴 올라주원, 데이비드 로빈슨, 패트릭 유잉 등부터 찰스 바클리, 숀 켐프 등 언더사이즈 파워포워드들까지.
2000년대에 넘어와서도 팀 던컨, 케빈가넷, 샤킬 오닐 등 정통 골밑 자원들이 리그를 좌지우지했던 때가 있었다.
그 중 한 명인 드와이트하워드만 보아도 농구의 판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올랜도 매직으로 데뷔해서 올해의 수비선수상(DPOY)와 동부컨퍼런스 우승을 차지하고 골밑 장악력으로 미국 국가대표 주전, 퍼스트팀 등 모든 자리에 이름을 올렸던 그는 현대 농구가 바뀌어가면서 저니맨이 되었다.
아, 물론 2012년 빅4를 결성하겠다며 레이커스에 왔다가 코비,내시, 가솔과 거한 실패를 맛본게 크게 작용하긴 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센터가 올 시즌에는 마지막까지 FA시장에서 어떤 팀의 부름도 받지 못했다. 결국 레이커스에서 커즌스의 부상과 함께 대체선수를 물색하면서 하워드에게 콜을 보냈고, 막차를 타고 시즌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하워드와 레이커스가 협상한 내용이 공개되었는데, 굉장히 슬펐다.
대개 선수를 FA시장에서 영입할 때는 선수가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가 인기가 없어질수록 그 무게의 추가 팀 프런트 쪽으로 기운다. 하지만 하워드와 레이커스의 미팅 장소에서는 거의 문제아를 학교에서 다시 받아주는 듯한 느낌의 대화가 흘렀다.
팀에서 원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
팀에서 요구하는 제한된 역할을 위해 시즌을 준비하고 제한된 출전시간과 역할에도 불만을 갖지 않을 것인지.
하워드가 받은 질문은 이런 것들이었다.
더 슬픈건 하워드가 이 질문들에 절실함을 표했다는 것.
그렇게 계약을 하게 되었는데, 높은 연봉은 커녕 투웨이계약 선수들이 받아갈만한 계약을 하게 되었다.
투웨이계약이란, NBA 2부 리그와 1부리그를 오가는 선수들에게 팀에서 양측 모두를 뛸 수 있게 해주는 계약으로, 주로 무명 2군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계약이다. 가장 큰 페널티 요소는 팀에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하워드가 레이커스에 마음에 들지 않는 퍼포먼스를 보일 시 언제든지 방출시킬 수 있는, 계약직 노동자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하워드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이가 많아서, 운동능력이 예전만 하지 않아서, 에고가 강해서 등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하워드가 예전과 같은 명성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현대농구에 적응하지 못해서이다. 사실 하워드니까 이정도이지, 숱한 빅맨들이 이미 자리를 잃었다. 지금 리그에서 살아남은 빅맨들 보면, 대부분이 3점슛을 던진다. 스페이싱이 특화된 현대 농구의 흐름에 맞춰가는 것이다.
지난 시즌 밀워키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친 브룩 로페즈가 대표적인 예. 기존의 브룩로페즈 스타일에서 벗어나 지난 시즌 완벽한 7-foot 3점슈터로 변모했다. 그 결과 밀워키에는 엄청난 공격 옵션이 되었고, 상대팀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선수가 되었다.
아까 했던 하워드 얘기를 다시 해보자.
레이커스에 들어가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하워드가 비시즌에 하고 있는 것들은 체중감량과 슈팅연습이다.
이미 체중은 어마어마하게 빠진 모습이며, 달리는 농구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중인게 느껴진다.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훈련 영상을 라이브로 공개하곤 하는데, 최근 훈련에는 3점슛 훈련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다. 그렇다, 이제는 하워드도 3점을 던진다.
필자는 실제로 경기를 할 때 가드 포지션, 특히 포인트가드이고 빠른 농구를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지공과 센터 농구를 좋아한다.
농구의 다양한 매력들 중에 골밑에서 힘 대 힘으로 맞붙으며 공을 쟁취하는 센터들의 모습에 늘 매료되었었다.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센터들이 펼치는 농구만의 매력이 있다. 때문에 3점 중심의 현대농구 트렌드가 한편으로는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드들은 가드들의 농구를 하고, 빅맨들은 그들만의 무기를 장착해서 다양한 공격이 오가는 농구가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1번 포지션부터 5번 포지션까지 모두가 3점을 던지는 로테이션을 많이 이용하다보니, 일부 팀에서는 센터를 뺀 스몰 라인업도 심심치 않게 사용하고 있다. 오히려 그 스몰라인업이 상대편에게 효과적으로 먹혀서 '데스 라인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이전 시즌 골든스테이트의 커리-탐슨-듀란트-이궈달라-그린 라인업. 센터가 없지만, 3쿼터에 이 라인업만 들고 나오면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었다.
해외 언론이나 방송을 보면 은퇴선수들, 기자들 중에도 필자와 같이 이러한 현대농구 트렌드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바꿀 수 없는 것은 아직까지 빠르게 3점을 많이 던지는 농구를 압도할 만한 골밑 옵션이 없기 때문이다. 샤킬 오닐과 드와이트 하워드가 데뷔 시즌 모두를 놀라게 했던 것처럼, 결국 빅맨 자원에서 새로운 인물이든 기존 인물이든 리그를 씹어먹을 능력으로 모두를 압도해야 트렌드는 또다시 바뀌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3점 훈련도 좋지만, 하워드가 레이커스에서 예전의 명성을 부활시킬 정도로 강한 '센터'의 모습을 이번 시즌 보여주기를 소망한다. 하워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