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옥의 초병(15)

'나를 위해 붉은 장미꽃 비가 내려야 해요'

by 장정법

《아물다 카페》

우연히 강릉 초당동의 '아물다'란 특이한 이름을 가진 작은 북카페를 찾았다.

흔히 상처진 곳에 새살이 나와 상처부위가 낫다란 말로 '아물다'라고 한다.

얼마전 나는 살얼음이 깔린 도로에 넘어져 무릎에 작은 상처가 난 적있다. 아팠는데 꾸욱 참았었다. 어른이 엄살떤다는 마누라 잔소리를 참아가며 상처 부위가 아물기 바랬다.

이틀이 지나니까 까진 무릎에 딱지가 지면서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딱지가 살짝 떨어질때 낮선 분홍빛 새살이 흉한 딱지 뒤로 살며시 보였다.

손가락으로 상처가 있던 부위를 꾹꾹 눌러도 아프지 않았다.

딱지를 완전히 거둬내고 새살이 난 부위를 어루만졌다.

다시는 아프지말라는 경고처럼 작은 흉터가 훈장처럼 남아있었다.

흉터 옆으로 여러 다른 흉터가 희미하게 보였다.

살아가며 숱하게 넘어지고 아문 흔적들ᆢ 그리고 잊고 다시 넘어지고 아물고 잊어버린 흩어진 여러 시간들이었다.

상처가 있은 뒤 반드시 아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면서도 상처가 아무는 순간을 너무 고통스러워 늘 참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상처가 난 후 상처를 빨리 아물게 했던 방법은 후시딘을 듬뿍 바르면 왠지 다 나은것만 같았다.

이곳 아물다 카페는 대체 어떤 연고같은 역할을 해줄까?

이 작은 조용한 공간에 머물며 털보 사장이 만든 못생긴 스콘과 커피, 책과 음악에 심취된 순간 나의 영혼은 흩날리는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마치 정신없이 지난 시간속에서 지친 마음이 아물어간것만 같았다.

"왜 카페 이름이 아물다 인가요?"

카페사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오늘 아프셔서 오셨잖아요"

집으로 가는 길 내 마음이 아물어버렸다.



KakaoTalk_20220314_011948241_04.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옥의 초병(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