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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츠허밍 Jun 14. 2023

2-2.  오늘도 잘먹겠습니다^_^

엄마 품을 떠나면서

어느덧 자취 10년 차를 훌쩍 넘어선 나는

나름 ‘프로 자취러’다.


나처럼 오랫동안 자취를 한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계속 밖에서 밥을 사 먹거나 배달을 시켜서 먹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돈도 돈이지만 조미료 맛이 다 거기서 거기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재료는 많지 않더라도

집밥을 만들어 먹다 보면

바깥 음식들이 얼마나 자극적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내 손으로 직접 준비해서 먹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게 되고

점점 요리하는 걸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매일 똑같은 것만 만들어 먹으면 질리니까

그럴 땐 쿡방의 도움을 받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은 유튜브에 하고 싶은 요리를 검색하면

만드는 방법을 A부터 Z까지

자세히 알려주는 채널들이 많아서 정말 좋다.


그중에는 내 지인의 지인의 지인의 채널도 있는데

메리니즈부엌Meliniskitchen' 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https://youtube.com/@Meliniskitchen



‘메리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요리를 업로드하며

당시만 해도 벌써 79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유튜버였다.


그녀의 채널은 요리 중간에 소리를 꽥! 지르거나

흔히들 하는 목소리 더빙으로

조리 과정을 속사포 랩하듯

요란하게 설명하는 채널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손’만 출연시키고

자막으로 목소리를 대신한다.


그리고 요리에 어울리는 간결한 BGM과 더불어

음식 만드는 과정과 결과물에만

최대한 포커스를 맞추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정갈한 스타일의 영상을

업로드한다.


그녀의 영상에는 한 가지 귀여운 특징이 있는데

마치 트레이드 마크처럼

모든 영상의 끝부분에

오늘도 잘 먹겠습니다^_^

라는 자막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아마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밥을 먹기 전 주문처럼

‘잘 먹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버릇이 있어서

더 정감있게 느껴진 걸까.


그녀의 위트 있는 ‘트레이드 마크’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레스토랑에 나올 법한 화려한 요리가 아닌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서

쉽고 편하게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메리니의 영상들은

내가 노래로 담고 싶은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의 메시지와

아주 많이 닮아 있었다.


뭔가 재미있는 곡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이번 곡은 꼭 그녀와 콜라보를 진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메리니를 섭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J(내 지인의 지인)’의 친한 친구라서

예전부터 나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내가 지인의 부탁을 통해 메리니에게

채널 로고송을 만들어 준 적도 있었고.


아무튼 이번 섭외는 정말 물 흐르듯 쉬웠다.


역시 지인의 힘이란 위대하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라는 걸 느끼면서 곡 작업을 시작했다.



내가 가사에 꼭 넣고 싶었던 내용은


자취를 하면서 늘 해왔던

냉장고를 턴다’는 행위에 대한 것,

내가 요리사’라는 것,

그리고 메리니 영상의 트레이드 마크 문구인

오늘도 잘 먹겠습니다’.


이 세 가지였다.


전국의 모든 자취러들을 위한 노래랄까.


그런 사명감까지는 아니었으나

1인 가구가 1천만 시대인 만큼

나를 위해 요리하는 주체는 나 자신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내 경험을 토대로 적어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가사를 완성했다.


그리고 제목을 지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라고.



https://youtu.be/5GSlG5lm_H0

[Official Audio] 이츠허밍 - 냉장고를 부탁해

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

내일도 변할 게 없는 하루

왜 이렇게 맘대로 안되는지 잘 모르겠어

이대로 멈추고 싶을 땐

잠들어 있던 냉장고를 털고

붙이지 않던 양초를 꺼내곤

둥글게 둘러앉아

어울리는 재료를 골라봐

자 요리를 시작해 볼까

 

언제나처럼 보고 싶은 것

언제나처럼 듣고 싶은 것

그 언젠가처럼 하고 싶은 것만 할 순 없어도

오늘의 냉장고는 내가 원하는 대로 비워볼 거야

 

기대할 특별한 일 없어도

놀러 올 멋진 손님 없어도

마음 내키는 대로

빈속을 가득 채울 거야

오늘은 내가 요리사 (중략)


오늘도 잘 먹겠습니다

내일의 냉장고를 부탁해



데모곡을 완성하고

메리니에게 메일을 보낸 지 며칠이 지났을까.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메리니즈부엌 임XX입니다☺
영상은 3월 13일까지 보내드릴게요!

아직 레시피는 안 나왔고, 노래와 맞게
냉장고 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로
간단 요리를 만들면 좋을 것 같은데

혹시 작곡하시면서 특정 요리를
생각하신 게 있는지 궁금해요!




특정 요리라,


아무래도 콜라보레이션인 만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면서도

‘메리니즈부엌Meliniskitchen' 채널과의

공통점을 찾고 싶었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중

내가 메리니즈 부엌 채널을

처음 접했을 때 봤던 영상의 메뉴가

토스트’였다는 걸 기억해 냈다.


토스트는 내가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이기도 하고,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것에 있어서도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윈윈이 될 것 같았다.


잠시 뒤 답장을 보냈다.


‘나’ : 자취생들이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토스트 종류같이 냉장고 야채들을
주로 털 수 있는 음식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메리니’ : 저도 토스트 생각했어요!ㅎㅎ
그럼 토스트로 생각하고 영상을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메뉴를 정한 후

메리니는 레시피 제작 및 영상 촬영에 들어갔다.



그녀가 만들기로 한 토스트는

계란 치즈 토스트’였는데

집에 있는 식빵, 계란, 자투리 야채들(대파, 당근 등),

치즈만 있으면 5분 만에 완성할 수 있는

초간단 메뉴였다.


냉털(냉장고 털기)’이라는 가사 내용에 아주 적합했다.


노래의 길이에 딱 맞게

‘레시피 뮤비’가 완성되었고,


‘메리니즈부엌Meliniskitchen' 채널의

영상 업로드 주기에 맞춰서

마침내 세상에 공개되었다.

(출처 : ‘메리니즈부엌Meliniskitchen'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ERmpujw_xE8

초간단 아침식사! 부드러운 계란 치즈 토스트! 한입에 터지는 맛~!!� | [MV] 냉장고를 부탁해


완성된 결과물은 유튜브에서

이츠허밍 냉장고를 부탁해’로 검색하면

감상할 수 있다.


나처럼 요리를 만들거나

혹은 요리 영상을 보거나

먹는 걸 좋아하는 모든 자취러들에게

메리니 표의 ‘계란 치즈 토스트’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단, 식빵 뒤집기가 고난도의 기술이라 한 번 만에 성공하기 좀 어렵다. 나도 몇 번이나 실패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오늘도 잘 먹겠습니다^_^




‘냉장고를 부탁해’의 자켓 사진 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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