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코스모스'로 하고 싶었다.
언젠가는 읽겠다고 책장에 꽂아둔 책이름과 같아서.
신이 세상에서 만든 첫 번째 꽃이라고 해서.
여덟 꽃잎 안에 숨겨진 관상화가 육각의 질서로 옹기종기 모인 우주를 품은 꽃이라고 해서.
시작은, 코스모스로 하고 싶었다.
오늘 아침 달리기를 하며 2.5km 반환점에서 코스모스 군락을 또 만났다. 한 송이마다 우주를 품고 있는 코스모스 군락이 지구에 뿌리를 박은 채 가늘고 긴 줄기를 타고 춤추고 있었다.
지구를 떠날 수 없는 작은 우주들이었다.
어젯밤, 학교에 가면 외롭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이 이상한 게 아님을, 당연한 것임을 말하려다 그냥 안아주었다. 코스모스 군락에서 아직 개화하지 않은 한 송이 꽃이 우리 아이였으니까. 그 옆에 나, 그 옆에 남편, 그 옆에 누구, 누구, 누구로 우리는 군락을 이룬 채 각자의 가는 줄기를 타고 흔들리며 사니까. 그 사이마다 외로움이 끼어 있으니까.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긴 편지를 써서 책상에 두었다.
그 편지를 읽은 아이와 함께 오후엔 코스모스를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