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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에이 Sep 21. 2019

2. 산철쭉,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름만 안다고 아는 게 아니다



5시에 눈이 떠졌다. 오늘은 달리기 대신 천천히 걷기로 했다. 하루쯤은 짧은 운동복 대신 긴 팔, 긴 바지를 입고 아, 춥다 하며 쌀쌀함을 가을답게 즐기고 싶었다.

1시간 차인데 평소보다 훨씬 더 차분한 어둠이 깔려있었다. 지구의 자전이 1시간이면 얼마나 될까. 360도를 24시간에 도니까... 15도 정도 되려나. 15 도면, 꽤나 많이 도는구나. 뭐 이런 생각들이 잡스럽게 오갔다.

후문을 나서는데 가로등 불빛이 이파리에 닿아 생긴 명암 때문에 유난히 불룩해 보이는 곳이 있었다. 매일 아이를 등 하원 시키며 보는 곳이다. 가까이 가보았다.
'잔디보호'.
잔디는 아닐 텐데. 잔디보호 대신 이 아이의 이름을 붙여주었다면 하고 아쉬워했다.

꽃이 없고 풀만 잔뜩 있어 다음 꽃 검색으로도 찾을 수 없었다. '모야모' 에 사진을 찍어 질문을 올려놓고 계속 산책을 했다.

5분쯤 지나 정자 앞길을 걷고 있을 때, 알람이 울렸다. 핸드폰을 보니 '산철쭉'이라는 글자가 팝업으로 떠 있다.

'산철쭉? 나 철쭉은 아는데......'

꽃이 피지 않으면, 아는 것도 알아볼 수 없는 게 나였다. 꽃도 알고 이름도 알지만 꽃이 지면 알아볼 수 없다, 윽. 인정.
잎이나 줄기만 보고도 차이를 감별하고 알아보는 사람들의 감각이 또 한 번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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