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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에이 Sep 22. 2019

3. 회양목, 올웨이즈 비옷

참고 견디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 오랜만에 스타벅스 갈까?"

신랑이 한 말에 동했다. 그래그래. 오늘은 사치를 부려보는 거야. 읽을 책 한 권과 노트를 가방에 넣고 우산을 쓰고 나왔다. 신랑과 이어폰 한쪽씩을 나눠 끼고 2004년 2월 29일 자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팟캐스트를 들으며 걸었다.
비 오는 날, 너무너무 딱인 방송이다.

공원길을 걸으면서 오늘은 어떤 아이를 만나볼까, 시선이 분주했다. 그러다 한 녀석이 눈에 들어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가방을 메고 사진을 찍는 건 역시 쉽지 않다.

"나는 저 아이비가 더 예쁜데."
신랑이 내가 사진을 찍고 있던 녀석의 위에 핀 빤딱빤딱한 초록이를 가리켰다.

"이게 아이비야? 그러고 보니 아이비 같다. 실내에서만 보다가 비 오는 날 길가에서 보니 더 반갑네."
"그러게."
"근데, 아이비가 가운데 이렇게 씨가 있었나? 신기하다."

도톰하게 코팅된 작고 단단한 잎이 비를 맞기에 딱,이었다. 항상 비옷을 입고 있는 아이.

모야모에 사진을 올리자마자 답변이 올라왔다.

회양목.

하하 아이비가 아니고만.
꽃말이 '참고 견딤'이라고 한다.
비옷을 입은 채 비를 맞는 거 같던 모습과 닮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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