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 등원 버스가 조금 늦다. 앞에 타는 오빠가 오늘 늑장을 부리는 중이란다. 버스를 기다리며 화살나무가 붉게 물드는 걸 보고 사진을 찍었다. "엄마, 핑크로 변하는 거야? 초록으로 변하는 거야?" "핑크일 걸?" "야호!" 한창 핑크 홀릭인 아이는 왜 핑크 잎 사진을 안 찍느냐며 투덜거리더니 이내 화살나무를 향해 활을 쏜다. 이렇게 작은 식물을 '나무'라고 부른다는 걸 처음 알게 해 준 녀석이다. 나무라 하면, 소나무, 대나무처럼 키가 크고 덩치가 큰 녀석들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도 작은 이 녀석 이름이 '화살나무'라며 신랑이 알려줬었다. '키가 작아도 나무라고 하는구나.' 식물은 죽도록 기억 못 하는 내가 이건 가지 모양이 화살 모양이라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꽃말이... 위험한 장난, 냉정이란다. 두 단어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아이를 보니, 위험한 장난이 조금 더 어울리는 것 같다가, 붉게 물들어 차분해진 모습을 상상하니 냉정도 어울리는 것 같다. 냉정과 열정을 모두 가졌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