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아의 행복편지
2017년 12월 2일 : 기혼 여성의 세계로 들어왔다.
2019년 8월 9일 : 백수의 세계로 들어왔다.
2020년 6월 18일 : 임산부의 세계로 들어왔고,
2021년 3월 2일 : 엄마의 세계에 속하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속한 세계다.
기혼의 세계, 백수의 세계, 임신과 출산의 세계, 딸 엄마의 세계. 그 밖에도 35살의 세계, 서울 사람의 세계, 구로 주민의 세계 등등.
이 세계에 속하며 알게 된 일이 많다. 죄다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몰랐던 일들이었다. 처음 해보는 일은 언제나 어렵고 당황스러웠으나, 여러 번 반복해도 쉽지않은 일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나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영원히 이걸 모르고 지내겠지. 내가 이 세계에 무지했던 것처럼. 내가 당신들의 세계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는 것처럼.
우리는 어떤 날에는 이렇게 서로 섬처럼 살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많다. 그것은 도움이 필요할 때다.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나와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면 행운이겠으나 정말 먼 곳에 있기도 하니까. 그럴 때면 나는 그를 크게 불러본다. 어떤 이는 고개를 돌려 나를 향해 걸어온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인기척이 있으리라는 걸 예상조차 못하므로 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므로. 몰라서. 몰라서.
나도 그렇게 많은 사람을 지나쳤다. 몰라서. 모르는 게 많아서.
그러나 이제부터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모든 세계를 아는 사람이 아니다.
이제부터 나는 어딘가에 속하지 않아도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는 사람.
다른 세계의 상대에게도 분명 내가 모르는 애환과 고통과 기쁨과 평화가 있으리라 생각하면, 아예 이해 못 할 일도 아니겠지. 믿어본다. 그런 마음이라면 다른 세계의 누군가와도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게 해주었던 것처럼.
2022년 10월 27일 목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