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대 마요르카: 이적 후 첫 친선 경기를 치르다
김민재 선수가 나폴리에 이적한 이래 마요르카와 한 첫 친선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유럽 빅리그 첫 비공식 데뷔전에 전반전 45분 수비수로 발 빠르게 뛰면서 교체 전까지 무실점으로 활약해 이탈리아에서 입지를 단단히 구축했다. (웃프게도 김민재 선수가 후반에 교체되자마자 한 골을 먹혀서 경기는 1:1로 비겼다.)
지난 30일, 나폴리 프리시즌 훈련이 진행 중인 이탈리아 카스텔 디 산 그로에서 열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폴리가 나폴리라서 선택했다"라고 당차게 말해 한국과 나폴리 팬을 모두 매료시킨 김민재 선수. 지난 8년 동안 세리에 Serie A의 월드클래스 센터백으로 군림했던 '나폴리의 왕' 칼리두 쿨리발리가 올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로 이적하면서 그와 대등한 대체자를 찾던 SSC 나폴리(Società Sportiva Calcio Napoli) 구단과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로 오게 되었다.
지난 5월 오른발 복사뼈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뼈 조각 제거 수술까지 받으며 그동안 재활과 치료에 전념한 데다가 터키에서 이탈리아로 갑작스러운 이적으로 인해, 이번 플레이에서 그의 최대 장점인 지능적인 몸싸움이나 넓은 시야를 이용한 긴 패스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뛰는 동안에는 상대팀에게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으므로 충분히 안정적이고 깔끔한 수비 역할을 해냈다고 볼 수 있겠다.
나폴리 현지 반응도 굉장하다. 그의 경기를 본 모두가 첫 경기에 잘 해냈다며 극찬을 했다. 같이 뛰었던 동료 센터백 주앙 헤수스 또한 김민재 선수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움은 물론, 축구 감독 루차노 스팔레티는 "Kim? Molto bene, ha fatto vedere fisicità e bravura con i piedi, è uno reattivo, muscolare e tecnico"라며 그의 피지컬과 스킬에 대해 만족감을 여실 없이 들어냈다. 골키퍼 다비데 마펠라는 킴에게 나폴리 사투리를 알려주고 싶다며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탈리안에게 축구는 사람들을 단순히 즐겁게 해주는 엔터테인트먼트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거기다 그들에게 지역 연고전이란 국가 대표 경기보다 어마어마하게 더 열광적이고 중요한 시합이다. 종교와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여러 세대를 걸쳐서 (보통) 자신이 태어난 주의 구단을 응원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아있기 때문이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언급되는 디에고 마라도나는 이탈리아에서 지역 간의 갈등이 극심할 무렵 최약체였던 나폴리 구단을 여러 번의 승리로 이끈 주역으로써 나폴리의 신으로 추앙받을 정도다.
당장 우리 친구 집만 해도 어느 이탈리안 가정집과 같이 아버지와 아들이 지역 구단의 굉장한 팬이라, 요번 매치 또한 나폴리 구단의 응원을 위해 다 같이 즐겁게 본방 사수를 하는 중이었다. 경기 중 김민재 선수가 어려운 골을 막아 낼 때마다 아버지는 "나폴리에 또 다른 한국인이 왔군 (이탈리안 파파에게 한국인은 나밖에 없었다)"라며 좋아하셨고, 내 친구는 너무 감동한 나머지 "오빠!!!!"라고 부르고 싶다며 소리를 치는 걸 겨우 겨우 진정시켰더란다.
아직까지도 이탈리아는 일본 선수들이 한국 선수보다 더 많이 뛰는 편이다. 2022년 기준으로 Serie A에 뛰었던 선수들은 AC 페루자 칼치오의 안정환, 헬라스 베로나의 이승우, 그리고 SSC 나폴리의 김민재가 유일하다. 게다가 나폴리는 한국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동네인데, 이런 불모지에서 구단이 먼저 다른 컨트렉트를 포기하면서까지 김민재 선수에게 러브콜을 요청하고, 그에 응답해 요번 친선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는 것은 선수의 개인적인 목표와 별개로 사회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기적으로 나폴리 회장은 A.C 밀란은 일본에서, 유벤투스는 중국에서, A.S 로마는 미국에서 유명한 것처럼 SSC 나폴리를 한국에서 이름을 알리고 싶어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이미 SSC 나폴리는 이르빙 로사노 선수를 영입해서 멕시코에서 이름을 날렸었다. 단기적으로는 선수가 활약을 하면 할수록 여행객과 이민 사회에서 마치 사막에 단비가 내리듯 잠시나마 혐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김민재 선수가 이미 다른 빅리그에서 꾸준하게 러브콜을 받고 있던 터라 나폴리와의 계약과 관계없이 얼마나 이 구단에 오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앞으로 몇 번의 친선 경기를 잘 마쳐서 8월 15일 리그 정식 매치를 시작으로 그냥 Kim이 아닌 원래 별명처럼 'Monster(괴물)'적인 플레이를 쭉 보여 줄 수만 있다면, 현 상황으로 보건대, 분명 큰 무리 없이 전설적인 안정환 선수의 계보를 제대로 넘겨받을 수 있을 것 같다.
Forza Napoli Sempre (힘내라, 나폴리. 영원하라)! Forza Kim (힘내라, 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