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과 쾰른 크리스마스 마켓

버킷 리스트 또 하나 성취했다!

by 제시카

오랜만입니다! 떠나기로 해놓고, 막상 또 떠나려고 하니까, 여기만큼 편하게 내 글들을 저장을 할 곳이 없네요. 그래서 다시 왔습니다. 제가 떠난 동안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제 글을 읽고 구독도 해주셨더라고요. 감사합니다.




반 년동안 참 바쁘게 살았다. 여름에 잠깐 여행을 다녀오고, 다시 본업에 집중했다. 가볍게 시간 때우려고 시작한 일이 생각보다 더 잘 됐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1년 내내 정말 재밌게 일했다. 일을 시작하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잠도 못 자고, 밥도 까먹을 정도로 무지하게 바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냈다.


한글도 못 읽던 친구들이 한글을 몇 시간 만에 다 떼고, 한국어를 더듬거려도 하나씩 천천히 말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가르쳤지만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너무 놀랍고 보람차다. 학생들 대부분 이미 한국에 대해 대충이라도 알고 있고, 관심이 있고, 또 배우려는 열정이 높아서 고객이지만 친구와 얘기하는 것처럼 큰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일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열심히 일한 만큼 이번 겨울에는 좀 더 특별한 여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버킷 리스트 1: 남편과 함께 처음으로 떠나는 유럽 여행! (이탈리아 말고)


언젠가 한 번 밴쿠버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 본 적이 있는데, 가게들이 옹기종이 모여 정말 이뻤다. 처음으로 따뜻한 와인도 마셔봤는데, 지금도 그 맛이 기억날 정도로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신기해하고 있는 와중에 친구가 유럽 마켓은 이보다도 더 크고 화려하다는데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우리는 같이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우리 둘 다 단 한 번도 유럽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 저번 달에 캐나다 친구가 유럽 여행 겸 잠깐 놀러 온 적이 있는데, 각 나라마다 아는 지인들 총 집합해서 도움을 받고 다니더라. 그에 영감을 받아서 근 10년간 못 보고 지내던 네덜란드 친구에게 용감하게 먼저 연락을 먼저 해서 같이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당일치기로 다 같이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둘 다 일 때문에 바쁜 와중에,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잘 알아보면서 준비를 했다. 그래도 인기 여행지이다 보니까, 이미 영어로 다 편리하게 인프라가 잘 되어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편했다. 그래도 다른 나라들보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비교적 친절하다니까 조금 기대를 가지고 나름 유튜브도 열심히 돌려보며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간단한 인사랑 어떻게 여행해야 되는지 이것저것 다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하니까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니 끝도 없는 구름이 우리를 맞이했다. 예약할 당시에는 해 뜬다고 했는데, 막상 그날이 다가오니 맨 비 오고 흐린 날씨였다. 그렇게 허겁지겁 내려서 호텔에 가려고 기차를 타야 되는데, 보이는 글자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던 네덜란드 언어..! (내 기억이 왜곡된 걸 수 있는데, 영어 안내가 아예 없었다.)


우리 둘 다 너무 놀란 게, 기차 시간표가 분 단위로 쓰여있더라. 예를 들어, 7시에 오는 게 아니라 7시 1분에 온다고 쓰여 있던데, 이런 시간표는 이탈리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여기에서 시간표라는 것은 사실상 가이드라인이라 분 단위 차이는 물론, 기차 운전사의 기분과 날씨 변화에 따라 30분에서 1시간도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빈번해서 우리는 너무 놀랐다. 이것 때문에 다른 기차에 탈 뻔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딱 시간 맞춰서 오더라.


허겁지겁 내려와서 이탈리아에서처럼 기차 역무원에게 물어보려고 하니까 단호한 "노!"만 반복. 저 쪽 가라고 거의 뭐 던지듯이 말하고 떠나서, 어쨌든 알려는 줬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려고 갔더니, 그 아저씨는 더 심각하게 "그건 내 일이 아니야!"라며 전광판을 보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떠났다.


둘 다 네덜란드에 오자마자 이딴 식으로 환대를 받으니 어안이 벙벙했다. 티켓은 이미 사버리는 바람에 시간도 촉박해서 슬플 겨를도 없이 급하게 친구에게 겨우 겨우 확인받고 드디어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에이, 설마 그냥 여기가 바쁜 공항 근처라서 그렇겠지 하며, 가게에서 묻기도 하고, 버스에서 묻기도 했는데, 꼭 기억하시길... 네덜란드는 무언가 묻고 답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아예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기차 직원, 캐셔, 버스 운전기사한테 무언가 묻기라도 했다가는 정말 큰일 난다. 우리가 이튿날 새벽에 버스 티켓을 도저히 어떻게 사야 되는지 몰라서, 조심스럽게 물었다가 네덜란드어로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다. 다행히 티켓 직원은 그나마 대답을 해줘서 내리기 전에 "땡큐"했더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활짝 웃어주더라.


심지어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캐나다에서도 이탈리아에서도 리셉션에서 그 나라 여행지에 대해 묻는 게 아주 자연스럽기 때문에, 설마 하며 별 의심 없이 물어봤는데, 담당 직원의 첫마디가 "그건 내 일이 아닌데"였다. 그러고는 자기는 모른다면서 옆 직원에게 물어봐서 알려주는데 우리 질문도 제대로 이해 못 하고 별 희한한 대답을 해주고 보내버리더라.


그때만큼은 정말 순간 열이 뻗쳤다. "내가 왜 도대체 여기에 있지? 니네 나라에 이민도 아니고 여행객으로 잠깐 와서 돈 쓰러 왔다는데, 왜 우리를 이딴 식으로 대접하는 거야??" 너무 화가 났다!!


오해는 마시길,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었다. 우리가 헤매고 있을 때, 다른 이탈리안들을 도와주던 젊은 네덜란드 친구도 있었고, 거리감이 아주 많이 느껴져서 그렇지 거의 대부분은 공손했다.


아! 참고로 특히 박물관 모여있는 Amsterdam Centraal 근처에는 모든 직원들이 아주 친절하다. 덕분에 그나마 여행 마지막 날에는 즐거운 여행으로 마무리를 한 기억이 있다.


어쨌든 그렇게 첫날을 따끔하게 주사 맞고 여행하는 내내 우리는 더 이상 네덜란드 로컬들과 소통하는 것을 관두었다. 그리고 보니 다른 외국인들도 로컬들에게 물어보기보다는 다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헤매거나, 혼자 폰으로 해결을 하더라. 심지어 살고 있는 내 로컬 친구도 웬만해서는 시간이 걸려도 혼자 먼저 알아보다가 도저히 안 될 때 그제야 직원에게 물어봤었다.


개인적으로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두 나라를 비교하자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프렌들리 하지만 공손한 편은 아니다. 모든 규칙이 사실상 가이드라인 수준이라 (특히 남부에 가면 더욱더!) 웬만하면 직원들에게 한 번 더 컨펌을 받고 행동하는 게 이롭다. 물론 모든 직원이 정답을 아는 게 아니라 자기 멋대로 얘기할 때도 있어서 완벽히 믿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는 외국인들이 몰라서 다른 로컬들에게 묻는 게 크게 실례되는 일이 아니다. 특히 나폴리 사람들은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그만큼 이곳 룰에 대해 적응하기가 어렵다. 모든 건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덜란드 사람들은 (물론 도시 하나 밖에 가본 적 없지만) 공손하지만 상냥하진 않은 것 같다. 영어도 아주 잘하지만, 굳이 남들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고요하고 적막하다. 그리고 본인이 하는 일 이상의 요구를 조금이라도 하면 아주 싫어한다. 그래도 캐나다처럼 모든 규칙은 이미 적혀 있기 때문에 맨 처음에만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헷갈리지, 하루만 지나도 그 나라의 룰을 알기가 매우 쉬운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외국인이 네덜란드언어를 배울 의지가 없어 보였다. 네덜란드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인데도 네덜란드 글을 못 읽는 사람도 봤다. 내 친구의 파트너도 영어는 아주 잘했지만, 나와 비슷한 시기에 이민을 왔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로컬들과 무조건 영어로만 대화하더라. 조심스럽게 예상하건대 아마도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런 외국인들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또 놀란 점은, 이탈리아와 비교해서 생각보다 많은 곳이 이미 다 디지털화되어 있었다. 내 친구든 자기 일반 카드도 연결이 잘 되어서 그걸로 대중교통을 다 무리 없이 타고 다녔다고 했는데, 우리도 따라했다가 정말 큰 코 다쳤다!! 이탈리아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네덜란드에서 인식이 아예 안 됐다.


물론 앱도 있어서 폰으로 큐알코드 들고 다니면서 찍어도 되지만, 모르는 외국 앱 여러 개를 오가면서 쓰니까 너무 헷갈려서 우리에게는 웬만하면 표를 끊는 게 나은 것 같다. 늙어서 그런가. 하하.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눈 대신에 비가 내렸지만, 생각보다 크고 작은 여러 마켓이 있었고, 음식도 정말 맛있었으며, 관광객들이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딱 마켓만 돌고 왔기 때문에 독일의 향수를 느끼기에는 너무 짧은 여행이었다. (솔직히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캐나다에서 독일계 캐나다 사람들에게 너무 데어서 여기 네덜란드에서도 깜짝 놀랐는데 굳이 그 유명한 독일에서까지 가서 상처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며칠 내내 돌아다녔더니 살이 또 쑥 빠져버렸다. 아무래도 집에서 일하다가 너무 찐 것 같으면 이렇게 며칠 내내 고생하는 게 다이어트에 직빵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밌는 여행이었다. 솔직히 몇 년 내내 이탈리아에서만 여행해서 살짝 지루해질 무렵, 정반대의 나라에 가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왔더니 내 시야가 또 더 넓혀지는 것 같았다.


다음에 여행할 때는 인사말 말고도 짧은 언어라도 배우고 가야겠다. 어느 나라던 간에 조금이라도 그 나라 말을 하려고 노력하면 그래도 좀 더 잘해주지 않을까? 그리고 개인 수업을 듣자! 특히 외국인으로서 그 나라를 여행할 때 주의해야 점을 제대로 배워야겠다. 유튜브 동영상으로는 매우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