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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an 02. 2021

끄적끄적

작은 습관

나이 한 살 먹고 이틀째 되는 날이다. 어제와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언제나 똑같은 일상임은 분명하다. 요새는 평범한 일상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할 수 있는 것을 못하니 정말 답답하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가까운 야외로 나가 맛난 음식을 먹는 것도 옛 추억이 되었다. 불안해서 어디를 갈 수 없다는 것이 참 서글프다. 그나마 이런 모습은 행복한 축에 속한다. 휴일 아침을 집에서 맞이할 수 있으니 말이다.

 

 휴일 아침은 이불속이 천국이다. 따뜻한 온기와 옆에 가족이 있기에 더욱더 소중함을 느껴본다. 새로운 하루가 나에게 작은 의욕을 심어준다. 바로 휴일 아침을 이불과 함께 걷어 버리자. 나는 며칠 전부터 아침 체조를 하기 시작했다. 체조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아주 간단하다. 그냥 휴일 아침 몸을 움직이는 걸로 하겠다. 아무튼 군대에서 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며 몸을 움직인다.

 

 세수도 안 하고 조심스레 아들 방으로 들어간다. 살짝 독서등을 켜고 어제 읽던 책을 읽는다. 아들은 이불속에서 꿈틀대며 실눈을 뜨고 나를 훑더니 이내 다시 들어갔다. 그도 내 모습에 적응이 되는 듯하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는 책 속에 빠져들었다. “굿모닝~”

 

 평소 모습은 이렇다. 눈을 비비며 거실로 간다. 베개와 이불은 내 옆구리에 있다. 나는 리모컨을 찾았다는 안도감을 가지며 아침 뉴스나 혹은 새로 방영된 영화가 있는지 열심히 버튼을 눌렀다. 소파에 누워 한창 보다 보면 가족들이 방에서 하나둘씩 나온다. 

아내는 한 소리한다.

“일어나자마자 소파와 한 몸이구만”

아이들도 한 소리 한다.

“아빠. 오늘은 일 안 해?”

 

 휴일이라는 게 평일에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한 날이다. 꿀잠은 필수고 나른함과 나태함은 그날의 특권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에는 찌들어버린 한 인간이 보였다. 나이 들어 보이는 중년으로 가는 인간. 뭐 내 모습은 생물학적으로 퇴화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아이들은 보아하니 내 모습을 닮아가는 듯싶었다. 평소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다.

 

 작은 습관이 나와 가족들을 얼마나 변화시킬지는 모르겠다. 다만 직감적으로 조금의 변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사소하지만 작은 습관이 큰 변화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으면 한다. 변하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에 휴일 아침에 생각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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