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호텔에서 맛도 좋은 스테이크와 와인 한 잔은 너무나 달콤한 사탕과 같다.
입에 닿으면 살살 녹아내리는 환한 불빛과 음악이 제법, 오늘밤이 참 아름답게 흘러간다.
갑갑한 마음으로 오랫동안 앉아 버텨온 허리 중턱을 어루만져본다.
서서히 조여 오는 아쉬운 마음을 뒤도 안 돌아보고 탈출하고 싶다.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말소리가 시끄럽기 그지없다.
내 말과 섞여 허공에 흩날리는 것이 흡사 설탕가루가 물에 녹는 것과 같다.
비좁은 자리 앞에는 주방장이 무얼 시키려나 궁금해하며 사시미 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소주 한 잔 할까.
사케 한 잔 하자.
말린 복어꼬리가 푹 담긴 사케 한 잔이 답답한 일주일을 털어내 주었다.
두툼한 컵 안에서 꼴깍 넘어가는 쓴 맛, 목으로 넘어가는 피로의 시간들
상큼하게 소매를 걷어 올린다.
누가 봐도 직장인
주고받는 이야기에 마음의 대화는 이어지고
시간은 우리를 절대 봐주지 않는다. 결국, 사케 한 잔이 스테이크처럼 녹아 없어졌다.
호로록 넘어가는 따뜻한 어묵 국물만이 마지막 친구처럼 위로해 준다.
아쉬운 뒷걸음으로 오늘을 마감한다.
오늘이여 안녕
그리고 내일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