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를 ‘햄찌’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내 남자친구다. 볼살이 빵빵한 나를 보며 햄스터 같다며 붙여준 애칭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나의 볼 주머니를 누구보다 예리하게 알아보는 그는, 유난히 빵빵한 날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나를 놀린다.
그가 나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던 건, 내 밝고 긍정적인 성격 때문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짧은 만남 속에서도 서로의 성격이 모나지 않고 순박하다는 걸 금방 알아차렸고,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다.
순박한 성품 덕분에 끌렸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그의 ‘건강함’에 놀라곤 한다.
“사람이 어쩜 이렇게 모난 데가 없지...”
울어본 적도, 마음의 병을 앓아본 적도 없고, 화가 나서 누구와 크게 다퉈본 적도 없다는 그의 지난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정말 건강한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언행 속에서도 나는 그런 안정감을 자주 느낀다. 그는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으면서도, 내 앞에서는 언제나 밝고 따뜻하다. 정말이지, 신기할 만큼 음지가 없는 사람 같다.
자기 연민도, 세상이나 타인에 대한 억울함도 없이, 스스로를 갉아먹는 감정을 지니지 않은 사람.
그렇게 서로의 밝음을 좇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많은 것을 함께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내 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1주년 되면, 그때 보여줄게.”
처음엔 그렇게 새침하게 말하며 외면했지만, 왠지 그에게 글 하나를 보여주고 싶어졌다.
내가 고른 글은 올 초에 연재했던 『우리는 심야를 걷는다』였다.
다시 읽어보니, 생각보다 글이 어두웠다. 남자친구가 그 글을 읽고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나의 어두운 모습을 들킨 것 같아 괜스레 민망했다. 그는 한없이 밝은 사람인데, 나는 그런 그와는 달리 음지의 면도 지닌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그림자를 고스란히 보여준 것 같아 조금 머쓱해졌다.
하지만 그때의 나도 나였기에 굳이 감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나를 마주한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되었다. 그는 내가 가진 어두움까지도 품어줄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런 그를 마주할 때마다, 나도 내 안의 음지를 몰아내고 양지를 들여오는 기분이 든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던 나였지만, 그와 함께한 이후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나눠 그에게 건네고 싶어졌다.
스스로 내 시간을 떼어주고 싶은 사람, 아마 처음 만난 것 같다.
그렇게 마음이 건강한 내 남자친구는, 나라는 존재를 더 사랑스럽게 만들어준다.
볼살이 빵빵한 나를 ‘햄찌’라 부르며, 이제는 AI 기술까지 동원해 나를 햄찌화하는 데에 푹 빠졌다.
내가 햄찌로 변신하는 장면을 볼 때면, 그는 늘 저항 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 웃음을 보다 보면, 나도 세상을 그처럼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유쾌한 햄찌로서 아장아장 이 길을 걸어가 보자.
그와 함께라면 어디든 괜찮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