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주제로 글을 써볼까 고민하는 나에게 함께 밥을 먹던 친구가 글감을 넌지시 건네주었다.
‘장어’
순간 장어를 바쁘게 집고 있던 내 젓가락이 멈칫했다. ‘장어’라는 단어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당혹감이 아니었다. 몇 달 전 ‘장어’라는 생명체가 지닌 강인함에 깊은 인상을 받아 썼던 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장어는 회유성 어류 중 하나다. 태어난 장소와 다른 곳에서 생활하다가 산란기가 되면 다시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오는 어류를 말한다. 많은 회유성 어류들이 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은 이동 경로에 따라 다른 종류로 구분된다. 그리고 그 이동 경로에 따라 제각기 다른 능력을 지녔다.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닷생활을 하다가 산란기가 되면 다시 강으로 돌아온다. 반면 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강에서 6~12년 정도를 살다가 산란기에 맞춰 바다로 돌아간다.
연어는 강에서 바다로,
장어는 바다에서 강으로,
연어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힘으로 돌파하는 능력을 지녔고, 장어는 유연한 생존력을 지녀 틈을 따라 집요하게 길을 나아가는 능력을 지녔다.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니긴 했지만 각자의 환경에 맞춰 생존력을 기르려는 의지는 견줄 수 없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과 바다의 달라지는 염도변화에 맞춰 삼투압 조절 능력을 길러야 하며, 달라지는 물길에 따른 방향을 잘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폭포, 물살, 댐 등 각종 장애물, 인공물들을 잘 뛰어넘어야 한다.
나는 장어와 같은 사람인 듯하다. 목표가 생겼을 때 끈질기게 하루하루 할 수 있는 것들 것 해나가며, 그러한 과정 자체를 즐기는 성향이다. 그래서 당장의 변화가 크지 않지만, 그런 하루들이 쌓여서 성장해 있는 나를 보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당신은 어떤 삶의 자세를 지니며 살아가는가.
연어와 같은 자세를 지녔나. 아니면 장어와 같은 자세를 지녔나.
그 답이 무엇이든 간에 정답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 내릴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모두 1등인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전기뱀장어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 타인들의 삶에 실려서 삶을 보내고 싶진 않다. 내가 원하는 방향에 대한 관능을 잃지 않으며 나에게 올 장애물들을 기꺼이 뛰어넘으며 내 삶을 잘 꾸려나가고 싶다.
그렇게 삶이라는 산을 부단하게 오르다, 내 두 발로 건강하게 하산하고 싶다.
회유성 어류들의 생태계가 그런 것처럼.
자연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