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툭한 마음에 대하여

by 목하


선명하지 않은 윤곽선과 깍듯하게 재단되지 않은 테이블
예측할 수 없이 자연스레 생긴 나무 결

날카롭게 찌르지 않는 노르스름한 조명들
창가 너머로 보이는 초록빛 이파리와 그 위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

LP판을 퉁퉁 구르며 울려 나오는 선율.

모나지 않은 존재들이 모여 만들어낸 촉촉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이모저모 이야기들이 뭉개지듯 울려 퍼진다.


요즘 카페시대라 할 만큼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모나지 않은 뭉툭함을 지닌 한 오두막 카페를 참 좋아한다. 스무 살 초반부터 종종 오던 카페니 우리의 관계는 10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매번 올 때마다 그 질리지 않는 매력이 참 좋다.


네모 반듯한 카페가 주는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과 다르게 이 오두막 카페는 뭉툭하게 퍼져 있다. 어중간한 둔 턱에 자리해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불안해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불안한 각도 덕에 한층 오두막스러워진다. 그래서인지 이 공간을 들어서면 답이 정해져 있지 않아 , 답을 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편안한 마음이 든다.


이 오두막의 뭉툭함 덕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챙겨서 떠나기를 반복한다.


10년 전 그때의 나는 어떤 마음을 내려놓았나. 지금의 나는 어떤 마음을 내려놓으러 왔나.


이렇게 이어진 물음에 문득 윌리엄 폴영 작가가 쓴 ‘오두막’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종교적 색채를 띄고 있는 책이라 하지만, 종교가 없는 나에게는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는 책이다.


사랑하는 딸이 살해된 오두막에서 딸을 잃은 슬픔, 딸을 살해한 사람에 대한 분노들을 결국 용서와 사랑으로 바꾸었던 한 아버지의 처절한 몸부림이 담긴 책이다.


중학교 시절, 우연히 읽게 된 이 책 속에서 나는 용서라는 단어를 내 마음속에 담았다.


미워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가능한 건가?

이 의문이자 완성에 가까운 문장이 어린 내 마음속에 들어앉았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딱히 슬퍼할 필요도 분노할 필요도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감정이 생기기 전 짜이는 고통들에 대한 불필요성을 인식한 후부터 나는 아직도 내 길을 걸어가고 있다. 모나지 않은 마음이 힘겨운 상황에서 나를 쉬게 해 주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함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싶다.


흔히들 모난 부분을 개성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오히려 모나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든 듯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 매력에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두막이 좋다.

모나지 않은 성품을 지닌 사람이 좋다.

모나지 않은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




keyword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