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여름, 일본 오사카 거리를 정처 없이 걷다가 비둘기 한 무리를 만났다. 여행이라는 순간 속 에서야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스스로가 머쓱했다.
한 지붕 위에 줄지어 앉은 비둘기를 보자, 비둘기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라 날뛰곤 했던 친구들의 잔상이 일었다. 내 운동화의 앞 코가 아스팔트 도로에 푹 찍히며 제동이 걸렸다. 내 정수리에 흩뿌려질 먼지더미들을 상상하니 퍽 아찔했다.
그런데 그 잠깐의 멈칫은 경계의 시간에서 관심의 시간으로, 이내 연민의 시간으로 물들었다.
우리가 비둘기를 좋아했던 때가, 그들이 사랑받던 때가 있다. 어린 시절, 집 근처 공원에는 그들을 위해 사람이 만들어 놓은 큰 집이 있었다. 그 앞 잔디밭에선 어린아이들과 비둘기들이 뒤섞여 놀곤 했다.
비둘기와의 우정은 우리의 관심 속에서 바래 졌고 그 흐릿 해진 자리에는 경계심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네 어깨에 쌓여가는 삶의 무게처럼 비둘기에게도 그들의 삶이 함께 쌓여갔을 뿐인데, 우리에게 그것들은 한낱 오물과 먼지일 뿐이었다.
미안해. 철 지난 옷처럼 너희들에게 관심을 거두어서. 살고자 발버둥 치며 벗어 제 낀 허물들을 너희에게 덧씌운 건 우리들인데.. 그것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살아가는 너희들을 피해만 다녀서 미안해.
일상에서 마주하는 잠깐의 멈칫을 하나씩 사랑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면, 세상에서 관심받지 못하는 존재들을 하나둘씩 내 관심의 울타리 안으로 품을 수 있다면.
오늘도 멈춘 시간만큼 내 안의 사랑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