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의 단발머리, 흐트러짐 없는 자세, 스페인 친구 레사와의 첫 만남은 어학원의 칸틴(Canteen)에서였다. 한국의 정서상으로 '친구'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만났으니 우리 부부의 잊지 못할 '친구'다. 왜 한국의 정서상으로 레사를 친구라고 부르는 게 좀 그런지는 뒤에서 차차 얘기하기로.
수업이 끝나면 우리는 칸틴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친구들과 같이 먹기도 했지만 그날은 어쩐지 친구들이 일이 있어 먼저 갔는지 우리 둘만 먹고 있었다. 그때 레사도 한쪽에 앉아서 간식을 먹고 있었고 혼자 있길래 말을 걸어 보기로 했다.
레사는 스페인에서 왔고, 아일랜드 어학원에는 짧게 등록을 했단다. 어학원 과정을 끝내고는 영국으로 넘어가서 어학원을 다니다가 여행한 뒤, 스페인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영국의 어학원에 대해 물어보니 런던이 아닌 작은 도시의 어학원이었고, 학생들은 모두 50-60대 분들이라고 했다. 그렇다. 레사는 우리 엄마 또래, 60대이시다!! 정말 멋진, 슈퍼 우먼, 아주머니!?였다. 진짜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대단한 분이셨다. 그래도 외국이고 서로 이름을 불렀기에 정말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레사는 공무원으로 오랫동안 일했고, 퇴직한 지 얼마 안 된 때였으며, 여러 나라에서 영어 공부와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일랜드에서 몇 개월, 영국에서 몇 개월, 그리고 나중에는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어 공부를 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레사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한 번은 샌드위치를 먹은 뒤 박물관에도 함께 갔었는데 그곳에서 이것저것 설명도 해 주시고 덕분에 우리도 많이 배우게 되었다.
레사가 영국으로 넘어가기 며칠 전날 인사하려는데 나는 우리의 유럽 여행 계획에 '마요르카'를 넣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 레사의 집은 스페인의 마요르카이다. 그리고 마요르카 옆의 더 작은 섬인 메뇨르카에도 집이 있다고 했다. 여름휴가 때는 마요르카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붐비기도 하니 메뇨르카에 가서 머무른다고 했다. (와 부럽..) 그러면서 우리에게 마요르카에도 메뇨르카에도 언제든지 놀러 오라고 많이 얘기했었다. 우리는 스페인 여행 계획은 있었지만 마요르카는 잘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데 레사의 집도 마요르카이고, 어학원에 만난 다른 친구의 집도 마요르카여서 여행 중에 꼭 마요르카에 가 보고 싶어 졌다. 그렇게 얘기하니 선뜻 레사는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다. 여행 계획이 좀 더 구체화되면 연락하겠다고 했고 그렇게 헤어졌다.
그 후에도 계속 연락을 했고, 몇 개월 뒤 우리의 여행이 구체화되어 마요르카 계획을 넣고 레사에게 말했다. "우리 (몇 월 며칠부터 며칠까지) 마요르카 여행하기로 했어요!" "오, 그래? 그럼 우리 집으로 와, 비행기 시간 맞춰서 내가 공항으로 나갈 수 있어." "에이, 아니에요~~~ 저희가 찾아갈 수 있어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마요르카 공항에 도착하니 정말 레사가 공항에 나와있었다. 그렇게 괜찮다고 괜찮다고 했는데.. 집주소까지 보내줬었는데, 그래도 우리가 걱정되었는지? 공항에 나와있었다. 아일랜드에서 헤어진 지 몇 개월 만에 만나니, 그것도 마요르카 공항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공항에까지 나온 게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고맙기도 하면서 마요르카에서의 3박 4일의 여행이 기대가 되었다.
저녁 시간에 레사의 집에 도착했고 우리는 레사의 집에서 3일 동안 머무르기로 했다. 그러면서 레사는 배고프냐면서 저녁 먹을래 라며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보여 주는데, 대박!우리를 위해서 몇 가지나 요리를 했고 그릇에 담아서 랩으로 씌워 데워서 얼른 먹기 좋게 다 준비를 해 놓았다. 와 정말 너무너무 감동받았다... 내가 영어를 더 잘했더라면 뭐라고 더 많이 말하고 싶었는데 최대한 몸으로라도 표정으로라도 감동의 표현을 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레사네 집에서 첫 식사를 했다. 영국의 어학원은 어땠는지, 여행은 어땠는지, 집에 돌아와서의 생활은 어떤지, 레사와 헤어진 후 우리의 아일랜드 생활과 여행은 어땠는지 등등 우리의 얘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아일랜드의 인연으로 이렇게 집에까지 초대받아 오다니, 우리를 위해 이렇게 마음을 써 주다니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 날은 하루 종일 레사의 투어가 계속되었다.
마요르카 성당, 멋진 분수
마요르카 곳곳을 다니며 소개해주고 이야기해주고, 현지인들만 간다는 빠에야 맛집에도 데려가 주었다. 7시간 정도 걸었나, 힘들만도 한데 체력이 대단했다.
아침, 저녁으로는 에피타이저, 메인 요리, 와인잔 준비, 디저트까지 레사가 미리 준비한 음식들로 풍성하게 채워졌다. 레사가 음식들을 그릇에 담으면 내가 식탁으로 가져가서 놓고 세팅, 그렇게 우리의 만찬?을 준비했다. 와우 매일매일 이렇게 먹다니 정말 우리로서는 외국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분위기를 매일매일 느껴서 정말 좋은 느낌이었다. 음식은 또 맛있는 스페인 가정식!! 셋째 날에는 성당에도 데려가서 경험하게 해 주고 미술관과 예쁜 소품샵에도 함께 갔다. 그리고 저녁에는 산책하고 오겠다고 말하고 낮에 갔던 소품샵에서 레사에게 줄 예쁜 꽃다발을 샀다. 역시 성공! 레사의 집에 꽃으로 환하게 밝혀 주니 레사도 좋아했다. 그리고 밤에는 레사에게 줄 선물과 함께 고마운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다.
맛있는 빠에야, 문어 요리 / 소품샵과 꽃다발 선물
마지막 날에는 레사도 일정이 있었고, 우리는 마요르카에 사는 다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차로 우리를 픽업했고 핫한 장소에 데려가 주었고, 투우장 구경도 시켜 주었다. 경치가 좋은 곳에 데려가서는 현지 분께 얘기해서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와 정말 현지에 친구가 있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 따로 여행으로 와서는 할 수 없는 여행을 하니 정말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 된 것 같다.
마요르카 투우장, 뷰 맛집 / 벨베르성, SANJUAN 마켓
만약 친구들이 우리나라에 여행 오면 내가 느낀 고마운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잘 대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친구들과 우리나라에서 함께 여행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 그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