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퇴사한다는 몇 번 이야기를 주고받은 게 고작인 스치는 인연과 어쩌다 마지막 밥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식사 중 오고 간 대화는 앞으로의 계획과 난 불안하지 않아를 열심히 어필하는 도대체 이 식사의 의미는 뭐였을까 물음표로 시작해서 물음표로 끝난 점심식사.
그리곤 나름의 느낌표를 찾았다.
정답은 없다.
'아마도, 추측건대, 그렇겠지?' 말고는 그 어떤 명제로도 끝내기 어려운 한 시간이 지나고 본연의 업무로 돌아갔다.
그리고 업무가 끝나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무료하지 않지만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나는 유튜브리스트를 보며 갑자기 명확해졌다.
난 지금 불안하다. 현재가 불안하고 과거에도 불안했고 미래에도 분명 불안해하겠지.
불안함을 숨기기 위해 말이 많아지고 괜찮은 척을 하고 평온한 표정을 짓는다.
순간순간 드러나는 미세한 떨림과 불안한 시선, 그리고 잠들지 못하는 밤이 길어져 점점 짙어지는 다크서클이 눈에 보일 뿐이다.
괜찮다 하면 괜찮아지는 것도 분명 있다. 다만 그 강도와 횟수가 잦다면 의심을 해봄직하다는 거다. 스스로의 불안을 인정하고 보니 같은 증상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것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오지랖이 문제다. 몇 시간 같았던 한 시간이 그랬고 그 시간은 다른 오지랖으로 내 앞가림이나 잘해라로 슬쩍 덮어버렸다.
그리고 딱 1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 똑같은 경험을 하며 데자뷰를 느낀다.
단지 그때의 퇴사자와 지금의 내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이 달라진 점이랄까. 잊고 있던 그때의 기억이 소환되고 지금 나의 불안을 들여다보니 어쩌면 이미 주변에 다 들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1년 전 내가 그 사람의 불안을 느꼈던 것처럼, 지금의 내가 행동의 당위성을 억지로 찾아 찾아 핑계를 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되짚어보니 그때와는 약간은 다른 이유로, 하지만 깊게 보면 결국은 같은 이유로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불안은 어쩌면 인간이 가지는 당연한 감정일 수 있다.
하지만 1년 전 그 사람의 불안에서 내 부끄러움을 발견했던 것처럼 부끄러운 불안이 되어선 안될 일이다.
원천적인 불안요소를 당장 없앨 수 없을까 고민하다.
일단 적어 보자.
그리곤 그 옆에 해결불가능한 일인가를 이어 적어본다. 아무래도 오늘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에 잠 못 드는 긴긴밤이 될 것 같다.
그래도... 적어도 이 밤이 끝나면 아주 쪼~끔은 불안이 줄어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오늘은 굴러다니는 감정조각을 주워들고 글을 적어내려가본다
글린더(Gleender), 세상에 굴러다니는 작은 관심들을 '글'을 통해 '블렌딩'하여 마음과 감성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