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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찌니 Oct 14. 2024

똑똑똑, 어른이 왔어요

낯선 익숙함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눈으로 웃으며 입을 뗀다.

"오영씨 꽃 고마워요, 너무 이쁘네요"


'고마워요. 다시 돌아와 줘서.. 이렇게 살아 있어 줘서'

민영의 눈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대화가 오고 감에도 왠지 모를 적막함에 숨이 막힐 것 같다. 그렇게 주문한 음료가 도착할 때까지 멍하니 앉아있다  앞에 놓인 음료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

'응? 맛있는데?'

순간 입에 착 감기는 음료의 맛에 잠시 잊고 있던 식욕이 돋았다. 한 모금 두 모금 크게 쭉 들이키고는 시끄러운 빈 빨대 소리가 날 때까지 음료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곧 정신이 돌아왔다. 들어와서 음료를 시킨 적이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들며 민영의 음료를 뺏어 마셨나 싶어 순간 싶은 땀이 났다. 갑작스러운 음료 먹방에 잠시 넋이 나갔던 민영과 눈이 마주쳤다.

방금까지 눈물이 그렁그렁했던 눈은 온데간데없고 웃음을 겨우 참아내는 듯 입꼬리가 씰룩거리고 있었다.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워 무의식적으로 말이 튀어 나갔다.

"예쁘다.."


정적이 흘렀다.


민영은 당황스러운 감정의 변화들을 뒤로한 채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다행히도 오영이 마신 음료는 민영이 미리 시켜둔 오영 몫의 음료였고 예전부터 오영이 너무 좋아했던 음료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켜둔 것이 했다.

생각보다 더 맛있게 먹는 모습에 깜짝 놀라 웃음이 터지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했다. 그리곤 기억은 잃어도 입맛은 그대로 인가 보다라며 작게 중얼거렸다. 뭐라 해야 할지 몰라 못 들은 척하며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가벼운 농담이 오고 가고 민영의 표정도 점차 가벼워졌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어떻게 만났고 어떤 장난을 많이 쳤고 어떻게 싸웠는지, '우리'의 이야기라고 하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재밌지만 대부분 와닿지 않았다. 중간중간 흠칫흠칫 놀랄 만큼 어떻게 알았지 싶은 부분은 내가 어떤 장난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등을 얘기할 때였다.

듣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입에 침이 잔뜩 고여 당장 먹고 싶다는 충동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내 얘기가 분명한 듯한데 기억은 나질 않으니 미칠 노릇이다.


내 마음을 안다는 듯 민영이 잠시 미간을 살짝 찡긋하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아몬드가 박힌 사탕을 꺼내준다.

얼떨결에 받아 든 사탕을 입에 물고는 자연스레 오도독오도독거리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소리도 씹는 맛도 기분 좋은 것이 평소 좋아했던 사탕이었나 보다.

민영이 갑자기 소리 내서 웃는다.


"오영씨 맞네. 아몬드사탕 킬러 오영씨"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말을 이어간다. 곤란하거나 답답하거나 하면 편의점에서 늘 아몬드 사탕을 사서 먹고는 했었단다. 한 번은 시험기간에 너무 줄기차게 먹어대는 통에 도서관에서 쫓겨난 적도 있다 했다. 이빨이 상할까 못 먹게도 해봤는데 그럴 때면 몰래 몇 봉지씩 사서 숨겨놓고 한 번에 더 많이 먹곤 해서 결국 포기했었다고. 오영에게 아몬드사탕은 진정제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며 키득거리며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슬퍼서 우는 건지 웃겨서 우는 건지 도무지 가늠을 할 수가 없는 사람 같았다. 그게 그렇게 웃긴 건지도 이해가 썩 가지 않았다.


그래도 왠지 민영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게 마냥 좋았다.

계속 웃게 해 주고 싶어 앞에 놓인 아몬드사탕을  개 더 집어 들어 입에 넣으며 일부러 더 소리 나게 오도독 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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