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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군 Feb 19. 2022

창작이 곧 삶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창작이 곧 삶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창작이 삶을 되찾는 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본문 중에서)”


”막상 창작이라는 정글 속으로 들어서면 한번에 한 단어씩 쓸 수밖에 없다. 글을 쓰면서 자기가 알고 느끼는 것들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본문 중에서)"




군대에 와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의외로 “글 써야 하는데...”이다. 널린 게 시간이고 발에 채이도록 많은 게 시간이지만 여전히 마음에 드는 글을 써내기에는 부족하다. 어떤 이야기에 사로잡혔다가도 이내 그만두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써보고 싶은 아이디어는 많고, 찾아놓은 공모전은 쌓여 있는데 도통 진도가 나가지를 않았다. 군대에 있는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인풋을 넣고 아웃풋을 차근차근 만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게 도통 나을 기미가 없는 것이다. 동기들과 풋살을 하고 기타를 연습하고 그림을 배우다가도 결국 싸지방에 오면 “글 써야 하는데...”로 돌아오고 만다. 이러나저러나 작업에서 성취와 성과를 만들지 못하면 마음이 안 편해지는 타입이라는 결론. <유혹하는 글쓰기>는 그러던 중에 읽게 됐다. 편해질 수 없다면 이겨내야 한다! 뭐 이런 느낌으로...



걸작을 써내는 작가가 되기 위한 마법의 비기 같은 게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읽은 책은 아닌데, 의외로 마음이 움직인 단락이 여러 번 있었다. 어휘와 문법, 문체와 문단에 대해 다룬 ‘연장통’ 파트와 본격적인 ‘창작론' 파트는 꼬박꼬박 필기하며 읽었다. 날마다 꼬박꼬박 쓸 것. “도저히 손댈 수 없을 만큼 뜨겁고 싱싱할 때” 얼른 써버릴 것. 진실만을 말할 것. 태도와 루틴에 대한 조언도 좋았고 형식과 실제적인 작법에 대해 다룬 부분은 확실히 ‘대가답다’고 생각했다. “묘사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되어 독자의 상상력에서 끝나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이다.” ”누가 여러분에게 ‘작가'라는 종이명찰을 달아주어야만 자신이 작가라는 사실을 믿겠는가? 제발 아니기를 바란다.” 이런 식의 시크한 응원도 마음에 남았다. 물론 중요한 결론은 많이 읽고 쓰는 꾸준함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연수 작가가 <소설가의 일>에서 말한 것처럼, 쓰는 만큼 우리의 삶은 성장하니까. 설령 좋은 글을 써내지 못했다 할지라도, 내 삶에 내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니까.



그 와중에 최고의 문장을 꼽자면 이 문장이다. “창작이 곧 삶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창작이 삶을 되찾는 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나를 움직인 건 창작보다 삶이었다. “기교의 천재보다 인생의 천재를 숭배하고 싶다"던 신형철 평론가의 말처럼 말이다. 언제 삶은 예술이 되는가. 어떻게 삶의 순간들이 창작의 세계로 빨려들어가는가. 그렇게 기어이, 황홀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예술 너머, 그 출발점이 되었을 삶의 풍경들을 만나고 싶다. 그 조각들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남는 것은 작품의 면면이 아니라 그것이 탄생하기까지의 우여곡절과 그렇게 얻은 깨달음, 그 과정에서 나눈 마음들에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우리는 빼앗긴 삶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은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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