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배운 것 [9]
항상 도구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 생각은 올해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올해는 클래스101에서 국방부와 협약을 맺고, 군 장병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모션 이벤트에 참여했습니다. 군 장병에게 일정 기간 동안 일부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이벤트였습니다. 저는 클래스101에서 노션 강의를 들으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었고, 어반드로잉 수업을 들으며 한 달 정도는 그림에 빠져 지냈습니다.
시집 <배틀그라운드>와 산문집 <일기시대>를 낸 문보영 시인의 시 창작 강의도 수강했습니다. 특히 문보영 시인의 시 창작 강의는 정말 좋았습니다. 시를 쓰면서 항상 했던 생각은, 시는 수영을 배우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글을 쓸 때는 그냥 평소대로 걷거나 뛰거나, 그걸 좀 오래 걷거나 어렵게 걷거나의 차이였다면, 시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헤엄쳐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시집을 평소보다 더 자주 읽게 되었고,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시 창작이 조금 덜 막연하게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시창작과 관련한 오프라인 워크샵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교회 군종병 친구에게 통기타를 깔짝대며 배우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통기타로 서너 곡 완주하는 것은 내년 목표 중 하나입니다. 워낙에 운동을 못하는 신체이지만, 부대에서 풋살이나 농구를 하면 꼭 같이 나가서 열심히 해보려고 했습니다. 휴가 중에는 짧게라도 여행을 다니려고 했고, 요리에도 재미를 붙였습니다. 소고기무국, 계란말이, 김치찌개와 볶음밥… 성공하는 요리들이 늘어갈수록 자신감이 생겨서, 방을 구한 이후부터는 자주 요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요리를 할 때도 그동안 안 해봤던 재료를 쓰고 안 써봤던 도구를 사용하면서 맛을 내는 게 참 즐겁습니다. 처음 맛을 보았을 때 어떤 맛이 나는지를 보고, 다진마늘과 미원을 조금 넣어보고 다시 맛을 보았을 때 내가 상상했던 맛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걸 느끼면 요리가 참 재밌습니다. 내가 어떤 재료를 넣었을 때 어떻게 맛이 변하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는 것입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한다면, 이런 게 성장이 아닐까요? 내가 무엇인가를 했을 때(인풋),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아웃풋) 체크하면서 그 플로우를 고도화시켜나가는 것이지요.
세상이 넓어지는 것을 느낄 때 즐겁습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게 되는 것이 좋습니다. 그건 원래 내가 모르는 거야, 그건 원래 내가 못하는거야, 라고 하지 않고, 작업과 취미의 경계를 굳이 나누지 않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은 하자. 그렇게 세상을 넓혀나가자. 2023년에도 계속해서 세상을 넓혀보려 합니다.
‘비트윈', ‘타다’ 등의 서비스를 런칭한 VCNC 박재욱 대표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매년 올해의 배움 10가지를 정리하여 올리시던 것에서 영감을 얻어, 2021년부터 2년째 진행하고 있는 연말정산입니다. 한 해 동안 배운 10가지를 선정해 정리하고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