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맘이 지방에 반년 살아보니

강남 맘의 탈강남기 5

by 찐니

지방에서 한 반년 살다 오랜만에 볼 일이 있어 서울역에 갔다. 불과 6개월 전에 보던 서울인데 이렇게 높은 빌딩이 많았나 싶다. 왠지 복잡하고 공기도 안 좋다. 아니, 그런데 사람들은 왜 또 이리 쌀쌀맞은가.


오랜만에 쇼핑이라도 하려고 맘먹고 갔는데 나도 모르게 서둘러 그냥 다시 내려와 버렸다. 기차역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나간 순간, 저녁노을이 잘 돌아왔다며 나를 반긴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하늘과 나 사이를 가로막는 높은 빌딩이 없어서 그런지 주황색 노을이 더 선명하고 가깝다.


얼마 전에 입시 정시 확대 발표가 있었다. 소개받아 간 동네 미용실 원장님은 두 아들을 의대에 보내 유명하시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은 곳으로 보내서 내신을 1 등급 받는 전략이 유효했다고 하셨다. 이 분께 여쭤보니 정시 확대는 지방에 불리하다고 하신다. 벌써 대치동 집값이 올라갔다며 말이다.


그럼 다시 서울 강남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 그런데 그러고 싶지가 않다. 어떡하나. 6개월 만에 지방 사람 다되었다. 커트와 롤 스트레이트 펌, 매니큐어까지 다 해도 10만 원도 안된다. 흡족하다. 계산하면서 벌써 정시 확대는 잊어버렸다. 6년 뒤의 일은 그때 고민하는 걸로.


이번 주말엔 떠나가는 가을이 아쉬워 장태산휴양림에 또 가보았다. 단풍은 이미 졌지만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붉게 물들어 마치 캐나다의 어느 숲 속에 와 있는 듯하다. 어라. 그런데, 누울 수 있는 의자들이 눈에 띄었다. 남편과 함께 의자에 누워 하늘을 보니 붉은 나무 지붕이 흔들흔들한다. 신세계다. 처음에 눕기를 주저하던 남편은 어느새 코까지 골고 있다.

초등 고학년인 큰 아이는 숲에 간다니 투덜대며 억지로 따라나섰다가, 해가 질 때까지 말괄량이 여동생과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와 낙엽을 가지고 놀았다. 얼마 전 동네 유명하다는 힘든 수학학원을 관두고 아파트 내 작은 상가의 보습학원으로 옮겨줬더니 요즘 엄마와 부쩍 사이가 좋아졌다. 오히려 게임하는 시간도 줄었다.


딸은 시집도 안 가고 엄마와 함께 여기서 살고 싶다나. 이제 강남 맘의 탈강남기가 아니라 지방 맘의 강남 방문기를 써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