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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니 Apr 14. 2020

드라이브 스루 벚꽃놀이와 부활절

강남 맘의 탈강남기 7

어느새 서울 강남권에서 이곳 지방도시 대전으로 이사온지 1주년이 되었다. 대청호, 카이스트, 충남대 등 벚꽃놀이 명소가 많다기에 올해는 꼭 벚꽃놀이를 가리라 마음먹은 터였는데 예기치 않게 코로나 19 사태가 터져 버렸다.


카이스트 등 대학들은 감염 우려로 외부인을 통제한다고 하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마당에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든 나서기 어려우니 올해는 포기하고 내년을 기약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대청호 벚꽃길을 드라이브 스루로 즐길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벚꽃길이라는 오동선 대청호 벚꽃길(구 회인선 벚꽃길)! 장장 차를 타고 30-40분 정도 드라이브 길 양옆으로 벚꽃길이 펼쳐진다. 내리는 벚꽃비를  맞으며 달리다 보면 꽃비 사이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대청호의 푸른빛. 서울에서는 미처 느껴보지 못한 신비함이다.

빨간 머리 앤이 마슈와 함께 그린 게이블즈로 향하면서 보았던 '환희의 길'과 '반짝이는 호수'도 이런 모습이었을까?

그런데 뒤에 타고 있던 초등학생 두 아이들은 끝없이 펼쳐지는 벚꽃길이 '핑크 지옥(?)'이라며 빨리 집에 다시 가자고 성화다.  집콕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 적응이 되었는지 집에 있는 게 세상 즐겁고 편하다는 녀석들이다. 답답해하지 않으니 다행이긴 한데, 낭만을 모르는 초이들 덕분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귀가하는 수밖에. 내년 이맘때는 차에서 내려 벚꽃길 옆에 설치된 운치 있는 데크길도 걸어보리라.


집으로 가는 길에 교회에 들렀다. 우리 가족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는 다행히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생명중의 가치를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부활절 예배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대신, 아쉬워할 아이들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로 부활절 계란과 선물들을 나누어 주셨다.

부활절 찬양도 친양단원들이 각자의 집에서 웹캠으로 불러 아카펠라 하모니를 만들었는데,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영상이다. 건물이, 행사가 아니라 우리 각자기 교회이며,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에 건물에 모여 예배하기를 고집하기보다는 어려운 이웃들과의 나눔을 실천하자는 메시지도 가슴에 와 닿았다.


http://m.youtube.com/watch?feature=youtu.be&v=POMzWVbEU2o


http://youtu.be/G8cKwXWL25w


부활절을 맞아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전쟁과 같은 이 시기를 힘을 모아 잘 통과해 내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며, 내년에는 마음껏 봄날의 벚꽃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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