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아은 작가님이 쓰신 <전두환의 33년>을 읽었다. 읽는 내내 현 시국이 겹쳐지며, 작가님이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하실 말씀이 많으셨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선을 넘는 행위를 했음에도 그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권력자, 그리고 그 행동이 선을 넘는 잘못된 것이라고 명확히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든 일들이 과거를 제대로 성찰하지 못한 데서 오는 현상이라는 작가님의 통찰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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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5일, 미국 시민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목이 눌려사망했다...이 사건은 거센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당시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는 폭동 진압을 위해 연방군을 동원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미국 국방부 장관인 마크 에스퍼가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했다. 에스퍼는 "민간 시위대 진압을 위한 현역 병력의 투입은 최후의 수단이며, 내란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못 박았다. 군 서열 1위인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연방군 투입 반대 의사를 밝혔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법질서'를 강조하며 군 동원을 시사한 데 대해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이 정면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합참의장 밀리는 서신에서 "모든 미국 군인들은 헌법과 헌법에 내재한 가치를 지키고 수호하겠다는 맹세를 한다.", "헌법은 미국인들에게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부여한다. 제복을 입은 우리는 헌법에 내재한 국가적 가치와 윈칙에 헌신한
다.'라면서 현역병 투입 반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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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광범위하게 발휘해 전두환 같은 인물이 또 한 번 나타나 일을 벌인다고 가정한다면 쿠데타가 실패하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시대 공기상 그런 인물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다는 면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 일어난다면 성공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 것이다. 그 일을 막을 '선'이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지 않기에. 구성원들이 직접 나서서 '선'을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동시에 다른 이들의 헌신을 예측하고 북돋는 풍토가 조성돼 있지 않기에.
동시대에서 공간적으로 시야를 확대해 정치적으로 더 성숙한 사회와 비교하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지키고자 하는 '선'이 완전한 형태로 정착되지 못한 점이 눈에 밟힌다. 한국 사회는 아직 시스템으로 개인 지도자를 제어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지도자를 제 손으로 뽑는다는 가장 기본적인 '선'은 정착시켰지만, 선출된 지도자 또한 사회가 지키기로 합의한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선'은 정착시키지 못했다. '안 되는 것을 안 되게 하는' 문화의 초석만 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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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은 작가님의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