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니 May 20. 2019

강남과 지방의 주말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강남 맘의 탈강남기 4

직장문제로 지방의 한 도시로 이사한 지 한 달이 된다. 그동안 부지런히 매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다녔다.


원체 나다니는 걸 좋아했 하지만, 서울는 날뛰는 망아지 같은 초등 아이 둘을 데리고 주말에 나들이 한 번 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딜 가나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많고, 차가 막히고, 주차할 곳도 없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나마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한강공원, 서울숲, 양재 시민의 숲 같은 곳은 날씨가 좋은 날엔 주차할 곳은 둘째치고 텐트나 돗자리 펼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근교로 나가려면, 양평이나 미사리 같은 인기 있는 곳들은 지옥의 교통체증을 감안해야 하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렵다.


그렇다고 집 안에만 있다가는 주리를 트는 아이를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집 앞 키즈카페라도 가려고 했다간, 정말로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아이들의 열기에 갇혀 감기라도 옮지 않을까, 부딪혀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기 마련인 것이다.


시시 때때로 닥쳐오는 미세먼지 앱의 "최악 나가지 마시오" 섬뜩한 까만 해골 표시는 또 어쩌란 말인가.


이사 온 후 집에서 가까운 유명대학 캠퍼스에 가보았다. 서울의 유명대학과 달리 주차비를 따로 안 받는다. 기분도 좋고 마음도 느긋해진다. 연못가에 거위들이 노란 새끼들을 거느리고 가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아이들은 넓은 잔디밭을 달려 보기도 하고, 연못에 살짝살짝 돌멩이도 던져본다.


문 대통령님도 작년 여름휴가 때 다녀가셨다는 장태산 휴양림에 가보았다. 도심 빠져나갈 때 살짝 밀리는 듯싶더니 금방 뻥 뚫려 30-40분 만에 도착. 역시 주차도 쉽고,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웬만한 아파트 높이의 아슬아슬한 스카이 타워를 오르니 다리가 후들후들 뒷목이 아찔아찔하다. 하늘 높이 뻗어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도 신비롭기만 하다.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호수라는 대청호에 가보았다. 비 예보가 있었지만 비 오는 호수도 운치가 있을 거라며. 집에서 차 타고 20분이면 도착. 습지생태공원에 깔아놓은 데크길 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진 구름 낀 호수로 안내한다.



집 근처 실내 동물원에 가보았다. 주말인데도 아이들이 열몇 명 정도로 한가롭다. 앗. 그런데 한 구석에 안마기가 있다. 트램펄린에서 딸아이가 실컷 놀고 있는 동안 안마기에 누워있는 기분이라니. 사장님. 사랑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공기의 질. 미세먼지 앱으로 수시 확인하는 공기 상태는 대부분 서울 살던 곳보다 한 두 단계 위이다. 중간놀이시간마다 공기 때문에 교실에 갇혀 지내던 우리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바람에 얼굴이 까무잡잡해서 촌티가 나기 시작했다. 다만 큰아이 비염은 아직 좋아지지 않고 있는데 아무래도 송화가루의 영향인듯해서 안타깝다.


이런 저런 유로 차 막히고 사람 많은 거 질색이던 남편과 아들도, 차멀미가 심한 딸도, 나다니기 좋아하는 나와 함께 주말 나들이를 즐기게 되었다는 신기한 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 강남을 벗어나 여유를 찾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