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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니 Apr 21. 2019

강남을 벗어나 여유를 찾다

강남 맘의 탈강남기 2

남편 회사지방이전으로 주말부부 생활을 한 지 2년 만에, 남편 회사와 가까운 직장을 구해 지방 이사 왔다. 과학도시라 불리는 곳으로. 초등 고학년, 저학년 두 아이들도 전학시켰다.


주변에선 가족의 리유니언을 축하하면서도, 학군 좋다는 강남에서 아이들을 지방으로 전학시키는데 대한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열흘 정도 지난 지금 시점에서 잘한 결정인지 결론을 내리긴 어렵겠지만, 확실한 건 아이들도 나도 여유를 찾았다는 것이다.


이사 다음날 집 앞 사우나에 갔다. 요금은 서울보다 3000원 싼데 수건 무한리필, 드라이기도 동전 안 넣고 무한 사용이다. 세신비용도 서울의 절반 정도로 저렴하다.
(참고로 남탕 말고 여탕 기준) 예전에 서울 사람들은 얌체다. 서울 가서 눈감으면 코베 간다더라. 하는 말이 왜 나온 줄 이제야 알겠다.


주차대란과 사람들한테 치이기 싫어 서울서도 안 가본 코스트코를 방문했다.  토요일인데 주차도 여유롭고 매장도 다닐만하다.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광장과 식물원을 방문했다. 서울 살 때는 주말에 인라인 탈 데가 학교 운동장뿐이어서 섭섭했는데, 딸이 소원풀이를 제대로 했다.

역시 집에서 차로 8분 거리에 있는 과학관을 방문했다. 일단 무료관만 둘러봤는데도 아이들이 엄청 좋아한다. 주말엔 주차할 장소도 발 디딜 틈도 없던 서울 근교 과학관이나 체험관들과 달리, 주말인데도 여유 있는 편이다.


이런 여유가 있어 그런지 사람들도 친절하고 여유가 있는 편인 것 같다. 지방 특유의 옛 정서와 공동체 의식이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집 앞 쇼핑센터에서 물건을 잃어버려 고객센터에 찾으러 갔는데, 영수증 보여준다니 그냥 가져가라고 하신다. 이런 다정하신 분들 같으니라고.

건조기 배관 설치기사님도 서울이라면  설치 마치시자마자 바로 나한테 전화해서 계좌번호 알려주시며 결제받으셨을 텐데, 여기는 퇴근하고 와보니까 계좌번호 금액을 곱게 메모해 놓고 그냥 가셨다. 이런이런 저를 어떻게 믿고요.


다만, 너무 다정하신 나머지 초면부터 집이 어디냐 이름이 뭐냐 어디서 일하냐 남편은 뭐하냐 돌직구로 물어보셔서, 개인정보를 중시하는 동네서 살다온 나로서는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아이 어머님들도 전학 왔다고 하니 뭐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하신다. 앞에선 하나도 안 시키는 척하고 소수만 정보를 공유하는 분위기였던 서울과 달리, 초면에 학원 어디 어디 보낸다는 말씀을 아주 솔직히 하신단 느낌이다(단 어디나  장벽은 있긴 하겠지요).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친구들도 서울보다 착하고 친절하다고 한다. 길도 알려주고 불편하지 않게 다들 도와주는 분위기라고. 다행이다.


물론 서울보다 집도 넓어졌다! 서울에서도 가장 공기질이 나빴던 동네였어서 공기도 달게 느껴진다. 아무 연고도 없이 덜컥 저지르게 된 강남맘의 탈강남 라이프는 아직까진 매우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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