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기억하는 방법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카이저 빌헬름 교회,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by RNJ


과거를 기억하는 방법들





우리는 과거의 기록을 '역사(歷史)'라고 부릅니다. 역사라고 말하면 역사책에 담겨있는 글자로 된 기록만을 떠올릴 수 있지만, 사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역사의 기록과 흔적입니다. 자연, 도시, 건축, 예술 모든 것들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질 미래가 담겨 있죠.


베를린의 쿠담 거리에 위치한 카이저 빌헬름 교회는 독일의 첫 번째 황제인 카이저 빌헬름을 기리는 교회입니다. 그런데 건물을 자세히 보면 지붕의 일부가 손상되어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를린시가 오래되고 노후화된 건물을 보수할 예산이 없는 것일까요? 카이저 빌헬름 교회는 2차 세계대전의 폭격을 받은 건물입니다. 폭격으로 무너진 교회를 전쟁의 폐해를 잊지 말자는 이유로, 현재까지 파손된 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Warschauer str. 역에 위치한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에서는 1km 넘는 거대한 장벽을 볼 수 있습니다. 동독과 서독의 통일 이후, 전 세계에서 모여든 1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100점이 넘는 그림을 장벽에 남겼습니다. 물론 관광객들과 괴짜 예술가들이 덧입힌 낙서와 그림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장벽, 그리고 그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화창한 햇빛 아래 늘어지는 회색 벽의 그림자들.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의 전시 작품 [떨어진 낙엽]입니다. 관광객들은 이곳을 지나가며 자신의 발 밑에서 울리는 철 가면들의 울음소리를 듣게 됩니다. 쇠로 만들어진 가면들이 부딪히며 내는 울림은 이곳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는지 잊지 말라는, 갈 곳 잃은 영혼들의 슬픈 외침이 아닐까 하는 상상에 빠지게 합니다.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은 관람객들의 참여로서 의미가 완성되는 하나의 거대한 참여 미술작품이었습니다.




도시가 가르치는 역사와 교훈. 베를린이라는 도시는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겪은 독일 역사의 한 페이지였습니다. 장벽을 뒤덮은 예술가들의 그림, 상처 입은 교회, 발 밑에서 울리는 귀를 찌르는 금속 소리.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상처 입은 도시에 예술과 미래라는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건축과 미술, 생각과 역사, 과거와 현재가 함께 숨 쉬는 곳, 뜨거웠던 여름 베를린에서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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