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 '눈'길

사려니 숲길, 노루가 사는 숲

by RNJ


사려니 '눈'길


사려니 숲길은 제주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름다운 숲길 중 하나입니다. 하늘 높이 뻗은 삼나무 사이로 들어서는 햇빛의 흔적이 아름다운 곳. 맑은 공기와 이슬에 푹 젖은 땅에서 피어오르는 흙내음. 걷기만 해도 건강해진다는 느낌이 절로 드는 아늑하고 신비스러운 공간입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삼나무 숲에서 인생 샷을 남기기 위해 빠지지 않고 들리는 핫 플레이스죠.



여름 내내 푸르렀던 사려니 숲길은 겨울을 만나 하얀 옷을 입었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 텅 빈 가지를 품은 겨울나무는 쓸쓸해 보임과 동시에, 짐을 덜어낸 것처럼 홀가분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려니 숲길은 해발고도 500m의 깊은 산중에 있으므로, 겨울에는 눈과 얼음으로 산책로가 덮여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등산화를 신고 등산 스틱을 들고 가시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대체로 길이 완만한 편이기 때문에 눈길이라 하더라도 산책을 즐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노루를 만나다

숨은 노루 찾기 : 노루가 보이나요?


사려니 숲길 입구에는 '노루가 사는 숲'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물론 산행을 하면서 노루를 만나보기는 쉽지 않지만, 종종 멀리서 저를 '빼꼼' 쳐다보는 노루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완만한 경사를 오르던 중, 산책로를 따라 '풀쩍, 풀쩍' 뛰어다니는 동물이 있더군요.


처음에는 '멧돼지인가? 기어오를 나무가 어디 있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멧돼지가 저렇게 날렵하게 뛰어다닐 리가 없지 않습니까? 정체는 바로 제주 노루였습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숲 속으로 후다닥 달려가던데, 정말 운이 좋게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습니다. 숲은 우리가 사는 지구가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줍니다.


누군가 남긴, 지워지는 흔적


녹아내릴 눈 위에, 바람에 흩어질 나뭇잎으로 지워질 흔적을 남기고 간 사람. 빈 손으로 들어와 빈손으로 조용히 흘러 나가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넉넉한 인심(人心)이 느껴집니다. 사려니 숲에서 만난 겨울 숲의 정취, 하얀 눈과 푸른 하늘을 기억으로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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