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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테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제주 전통배 테우

by RNJ
이호테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제주 공항 근처에 위치한 이호테우 해수욕장. 월정리나 표선해수욕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잔잔하게 부서지는 파도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변입니다. 제주 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사진 명소로 유명한 프린세스 줄리아나 국제공항 정도는 아니지만, 제주 북쪽 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하나의 볼거리가 아닐까 싶네요(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고역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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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서로를 타고 내려오는 비행기, 프린세스 줄리아나 국제공항(출처 : 유튜브 PTZtv)


제주 배, 테우에 얽힌 이야기

테우

처음 이호테우라는 명칭을 듣었을 때, 이름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니 '이호'는 해변이 위치한 지명에서 따왔고, 여기에 '테우'라는 제주 전통배가 합쳐진 지명이더군요. '해운대 돛단배', '경포대 나룻배'같은 느낌이려나요?


테우는 통나무를 엮어서 만든, 우리가 생각하는 뗏목에 가까운 배입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 사람들이 뛰어난 조선기술을 가졌을 법 도한데, 테우는 '위험하지... 않을까?'라고 느껴질 만큼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옛 제주 사람들이 테우를 타야'만' 했던 슬픈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조선왕조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 사람들에게 200년가량 조선업을 금지했다고 합니다. 조선업을 금지한 이유는 별공과 진상 같은 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던 제주사람들이 육지로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고 하네요. 여기에 제주도가 유배지로 이용되었다는 점도 배를 못 만들게 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중앙정부의 탁상공론으로 제주는 하루아침에 벗어날 수 없는 천혜의 감옥이 되고 맙니다. 조업을 통해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주민들에게 특히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 겁니다. 어떻게든 바다에 나가 생계는 이어나가야 하니 배인 듯, 그렇지만 배가 아닌듯한 테우를 만들게 되었다고 하네요. 베트남 사람들이 프랑스인들에게 선박세를 내지 않기 위해, 규제를 피하여 퉁버이라는 바구니 배를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죠.


이 당시 제주 사람들은 남해(南海)를 세상에서 가장 냉혹한 북해(北海)라고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테우에 몸을 싣고 거친 제주 바다를 누비며 살아갔던 민초의 삶. 아름다운 제주 풍경 이면에 숨겨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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