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by RNJ


처음에는 분유를 타는 일마저 어려웠다. 분유의 온도는 40℃가 가장 적절하다고 하는데, 보통 손등에 떨어뜨려 따듯한 정도라고 많이들 설명한다. '소금과 간장은 적당히 넣으세요'처럼 초보자에게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설명이지만, 적당함을 기똥차게 찾아내는 나의 모습을 보며 보편성을 탑재한 평균의 흔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분유를 손등에 흘리고, 젖병을 목에 대어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초보 아빠가 되었다.


아기는 성인보다 체온이 조금 높은 편이다. 혼자 벗고 입을 수 없고 체온 중추마저 미성숙한 아기는 열과 추위에 아주 취약한 존재인데, 부모는 아기가 조금이라도 열이 뜨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러다 열이 잡히기라도 하면 또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얼마 전 몸살이 나서 아기 체온기를 잠시 빌려 귀에 넣었는데.... 40℃가 찍혔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두통약과 해열 진통제를 부지런히 먹으며 웃으며 쾌활하게 임금 노동을 했다. 말 못 하는 아기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다.


분유, 체온, 그리고 목욕물까지. 40℃는 부모에게 너무나 익숙함과 동시에 두려운 온도이다. 정신없이 먹이고 씻기고를 반복하면 꼴딱 사라지는 하루가, 온종일 체온계를 손에 쥐고 보내야 하는 끝없는 하루가 되기도 한다. 태양의 짧은 일주. 그늘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짧은 시간에도 부모의 입가에는 봄과 겨울이 번갈아 찾아온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끔은 다른 집 아기들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