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떠나가던 날

- 내 시간의 여백을 찾아가는 첫번째 이야기.

by 유진 jjinravel

어떤 말로 첫 글을 써내려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나의 처음을 꺼내보기로 했다.


혼자 여행을 떠나던 그 처음 말이다.




스무살 후반 즈음이었던가.

열심히 아르바이트도 하고, 대학 생활도 하고,

연애도 하고, 친구와 어울리기도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조금이나마 다른 점을 찾자면

도전하고 일 벌이는 걸 유난히도 좋아했던 학생.

좀 많이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아니, 현재도 그렇다.



'뭔가를 계속 해야만해. 바빠야만 해.'

이런 마음으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예고도 없이 스위치가 꺼져버리던 날이 있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내 취미 생활을 하는 것도,

참 좋아하는 일기를 적어내리는 그 시간들도

하루 아침에 내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 날이 있었다.


내가 참 낯설게만 느껴졌다.



머릿속엔 답을 내리지 못하는

질문들만 둥둥 떠다녔다.

"나는 뭘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거지?"


열심히 사는 걸, 바쁘게만 사는 걸

스스로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정작 이 질문에 대해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답은 커녕 하염없이 눈물만 나왔다.

알 수 없는 허무함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내가 왜 울고 있는지 스스로 이유와

핑계를 찾고자 했으나. 설명하고자 했으나.

좀처럼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땐 그냥 참 서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나를 처음으로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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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다른 사람의 삶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참 아이러니한게,

난 다른 사람의 삶으로부터

때론 내 삶의 갈증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내 삶의 실마리를 찾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걸까..

그런 생각이 슬쩍 들기도 하고.


-

아무튼 그렇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분의

강릉 혼자 여행 브이로그를 보게 되었다.


외로워 보이면서도 그 외로움이

퍽 자유롭게 느껴졌다.


어쩌면 그 사람은 그 외로움을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시간들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시간의 여백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참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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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도 내 시간의 여백을 찾아,

어쩌면 '자유로움'이란 이름일지도 모르는

'외로움'의 새로운 이름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그때가 스물 한 살 즈음이었다.


-

두시간 남짓 걸리는 멀지 않은

강릉으로 떠나게 되었지만,

그땐 그게 참 두렵기도 했다.


사실 두렵기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울면서 떠났던 강릉에서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깨닫고 돌아왔다.


그 두번째 이야기는 다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