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어마무시한 바다에서 항해하고 있는 초보VC의 투자검토 기준
AI회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투자를 하다보니 가끔 주변에서 어떤 기준으로 AI회사들을 투자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 편입니다. 한번 머리를 정리해보려고 글을 작성해 봤습니다.
저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총 9개의 AI회사를 투자하였고, AI기술로는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이미지인식 분야를 투자했고, 분야로는 Conversational AI, 자율주행, 의료이미지, 스포츠, 로봇, 핀테크, Data Annotation 등 영역에 투자를 했습니다. 아직도 계속 공부중이고, AI의 깊은 바다에서 계속 Struggling 하고 있는 중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AI회사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첫번째 경우가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Product/Service를 만드는 기업이다(“AI기술기업”). Product/Service의 Core Value가 AI/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만들어지는 케이스이다. 예를 들면, Deep Learning을 이용한 의료영상진단, 불량품 검출, 자연어처리를 통한 챗봇 등이 해당된다. 두번째는 해당 사업이 존재하고 이를 강화/지원하는 형태로 AI기술을 사용하는 형태가 있다(“AI를 활용한 사업기업”). 예를 들면, 넷플릭스, 유투브 등에서 머신러닝을 활용한 Curation을 통해 추천을 강화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내가 투자한 대부분의 회사는 첫번째 케이스인 AI기술기업에 해당된다. AI기술자체가 Product/Service의 Core Value인 회사를 집중 투자했다. 앞으로 내가 생각하는 AI기술기업에 대한 5가지 투자기준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1) Technology, 2) Team, 3) Domain Knowledge, 4) Data + 5) Product market fit
AI 기술기업의 개발은 AI Research/개발 영역과 소프트웨어 기술개발 영역으로 구분이 된다. AI회사는 AI Research 역량과 소프트웨어 개발역량이 결합되어야 완전한 서비스를 만들수 있다. 사업이 요구하는 정확도, 분야, 타겟고객 등에 따라서 AI Research/개발의 중요도는 결정된다. 예를 들어, 영상의학 진단의 경우 매우 높은 정확성과 새로운 분야에 연구가 중요하기 때문에 AI Research 영역(논문 등)이 중요하고, B2B SaaS의 경우는 AI개발과 소프트웨어 개발역량이 잘 밍글되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 높은 기술력은 사실 나 같은 비전문가가 보기에는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보통은 아래의 Team과 연결되는데, 인력들의 그동안 수행했던 과제들, 논문 등을 보고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중요한 부분은 상용화/Optimization 등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가가 중요하다. 실제 선행연구 수준이 아닌, 상용화 가능한지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최근 머신러닝 관련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AI기술의 진입장벽도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2년 전의 최신기술이 현재 많은 스타트업이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되고 있고, AI분야 자체가 기술을 오픈하고 심지어 코드도 공개하는게 일반적이라 후발주자들도 일정수준 이상의 기술수준을 쉽게 캐치업하고 있는 현실이다. 덕분에 최근에는 투자검토를 하는게 사실 많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기술을 따라 하는 것과 상용화하는 것은 일정부분 큰 Gap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회사가 기술의 발전속도를 계속 캐치업하면서 기술이 선행연구가 아닌 상용화 가능한 지가 중요한 투자포인트가 될 수 밖에 없다.
대부분 AI 스타트업은 AI 연구자/개발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투자검토를 할 때 Team의 Dynamics를 많이 보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AI Researcher/개발자, Back-end/Front-end 개발자 등이 골고루 강하게 이루어져 있는 팀을 더 선호한다. 회사의 사업방향에 따라 인력의 분포와 강/약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Team의 구성이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질수록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나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너무 AI 연구자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면, 소프트웨어 개발에 어려움으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결국 End Product는 AI가 적용된 소프트웨어 전체이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개발할 수 없다.
보통 AI 스타트업의 경우, 대표님은 AI Researcher/개발자 출신이 많다. 아무래도 AI개발 역량자체가 회사의 Core이기 그렇다. 대표님과 Team의 역량은 이력, 논문, 개발 경험, 근무한 회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레퍼런스 체크 또한 중요한 Check 방법이다. 결국 AI기업의 핵심은 인력일 수 밖에 없고 빠른 실행력과 AI기술 및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이기 때문에 Team/인력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AI기술도 Product/Service에 embeded되면, 결국 고객에게 제공하는 경험이 제일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산업/영역에 대한 Domain Knowledge가 중요하다. Machine Learning을 잘하더래도 고객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좋은 Product/Service가 나오기 어렵다. 점점 Machine Learning의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고 기술적 차별화를 만들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성공여부는 Detail에서 결정이 날 수 있다. 해당산업에서 실제 고객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는 기능, UI/UX 등이 Product/Service의 전체를 결정할 수 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Domain Knowledge와 ML/DL 기술의 결합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의료영역의 경우는 의사와 AI연구/개발자의 협업, 물류로봇이라면 자율주행 뿐만 아니라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과의 연동, 협동로봇이라면 중소공장의 전문가들의 경험/노하우가 서비스에 적용되어야 좋은 서비스 경험 제공이 가능하다.
AI 영역에서 Data의 중요성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매우 중요하다. 얼마나 차별적인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지? Data의 활용/수집/분석 역량이 어떻게 있는지 등이 중요한 투자 포인트이다. 결국 점점 더 AI알고리즘 자체 보다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AI의 Quality를 결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Data의 중요성은 더 커지는 것 같다. 최근 AutoML과 같이 자동으로 최적의 AI 알고리즘을 만들어 주는 기술을 보면 향후에는 Data만 클라우드에 집어넣으면 원하는 알고리즘을 배포 받는 경우가 점점 대중화될 것이다.
물론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Data확보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스타트업이 Horizontal 한 사업영역에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네이버 등과 비교하여 많은 Data를 가지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Vertical 영역에서 확보할 수 있는 특정 Data를 얼마나 차별적으로 많이 가지고 Handle할 수 있는지를 주로 보려고 한다. Sports, 의료영역, 공장 등 매우 Specific한 부분에서는 충분히 많은 Data를 가질 수 있다.
AI Product/Service는 Data를 선점하여 만들어지는 Data 선순환구조가 매우 중요하다. 고객이 증가하면 Data가 쌓이고, Data가 서비스 개선에 다시 이용되고, 서비스개선이 고객 증가를 일으키는 Data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 AI산업은 First mover advantage가 Data에 의한 진입장벽을 만드는 산업구조로 Data가 매우 중요하다. 결국 Data의 특성상 먼저 시작한 한 두개의 회사에 Data가 몰릴 수 밖에 없고, 이것이 강력한 진입장벽을 만들어 주게 된다.("Data Monopoly")
위의 1~4번까지는 AI Technology 자체에 주력한 판단기준이었고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AI기술을 어떻게 응용하여 어떤 산업에 적용하여 성장성과 혁신성을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성장성은 타겟시장의 크기와 성장률이 중요한데, AI 기술기업의 경우 대부분 B2B회사이기 때문에 국내시장을 타겟으로 하면 시장크기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내의 B2B 소프트웨어 시장의 현실(결국 소프트웨어가 SaaS가 아닌 SI로 가는 현상)로 Scale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처음부터 고려하는 회사를 주로 찾으려고 하고 있다. 아니면, 자연어처리와 같이 국내 스타트업들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는 시장일 것 같다. 어찌됬든 결국 시장의 크기가 스타트업의 크기의 정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Product/Service가 어느정도의 혁신성을 가지는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AI기술의 사용을 통해 1) 새로운 시장을 만들던지 또는 2) 기존의 시장을 Disrupt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비슷한 수준에서 AI가 해결한다고 해서 AI가 문제를 푼다고 생각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생산성을 높이던지, 비용을 절감하던지, 정확도를 증가하던지 등 확실히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Product Market fit 자체는 심사역의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결국은 시장에 대한 공부와 실제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긴 하다.
물론 5가지 기준의 절대적인 수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5가지 관점에서 AI회사를 생각해보면 그 회사의 장점과 단점을 분해해서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좋은 회사를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내가 투자한 9개의 회사는 전부 이 기준으로 회사를 투자 검토하려고 노력했다.
생각해보면 2017년 투자 당시에는 주로 Horizontal한 영역의 AI의 코어기술, 즉 음성인식, 자연어처리기술 등을 주로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점점 대기업의 우수한 인재와 데이터를 앞세운 AI 기술 Leading하는 것을 보고, 현재는 매우 날카로운 Vertical 영역의 AI Product/Service를 찾고 있다. 어차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도 AI의 엄청나게 큰 시장 모두를 먹을 수는 없기 때문에 Vertical한 영역에서도 앞으로 기회가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약 4년정도 국내외 80개 이상의 AI회사들을 만나 투자검토를 했는데, 최근 국내 AI기업들의 기술적 역량과 인력수준은 정말 글로벌과 비교해도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Vertical영역에서 좋은 Product/Service를 만든다면 글로벌하게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 AI회사가 한국에서 곧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와 이야기해보면 정말 뿌듯하고 엄청난 로켓에 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앞으로도 계속 더 글로벌 성장가능성이 높은 AI회사를 찾아 같이 항해에 동참하려고 노력하겠다.
AI의 엄청난 바다에서 향유고래를 만나기 위해 열심히 항해하겠다!
** 이글은 제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들로부터 배운 글을 정리한 내용입니다.